아들같은 후배 한 명이라도… 바다에 몸바친 ‘참 희생정신’

2010.03.31 02:56 입력 2010.03.31 10:34 수정
성남 | 경태영 기자

구조작업 중 순직 고 한주호 준위

전역 앞둔 53세 베테랑장교… 아들 “말렸지만…”

“어제 두 번 전화했을 때 ‘배에 들어왔다. 바쁘니까 내일 전화할게’라고 말했는데….”

아들같은 후배 한 명이라도… 바다에 몸바친 ‘참 희생정신’

30일 백령도 해상에서 천안함의 실종자 구조작업에 투입됐다가 순직한 해군 특수전여단(UDT) 소속 잠수사 한주호 준위(53)의 시신이 안치된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경남 진해시 자은동 집에서 비보를 듣고 헬기편으로 장례식장에 도착한 부인 김말순씨(56)는 “어떻게 해… 어떻게 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엄마보다 먼저 도착한 아들 상기씨(28·육군 1사단 중위)도 “어제 저녁에 아버지와 통화할 때 ‘구조작업이 힘들다’고 말씀하셔서 ‘하시지 말라’고 말렸다. 그랬더니 굳이 ‘하겠다’고 해 ‘조심하시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마지막이 될 줄은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고 오열했다.

동료들은 “평소 한 준위는 육군장교로 복무 중인 아들에게 군인으로서, 아버지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면서 “이번에도 ‘아들 같은 후배들이 찬 바다에 있다. 1명이라도 구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구조작업에 앞장섰다”고 말했다.

한 준위는 이날 오후 3시30분쯤 함수 부위에서 작업 도중 의식불명으로 쓰러져 인근에 있던 미군 함정 ‘살보함’으로 이송됐다. 한 준위는 1시간30분가량 ‘감압챔버’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오후 5시쯤 끝내 순직했다.

특수전여단 작전지원대 소속인 한 준위는 1975년 하사로 임관해 35년 넘게 줄곧 UDT에서 근무했다. 그는 15년 넘게 수백명의 특수전 요원을 양성해 온 호랑이 교관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젊은 오빠’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후배들을 아끼고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하는 정 많은 선배였다. 지난해에는 소말리아 해역의 선박보호 임무를 위해 파병된 청해부대 1진 가운데서도 최고령자로 지원해 활동하다 지난해 9월 귀국하기도 했다. 한 준위는 전역을 2년여 앞두고 있었다. 사회복귀를 위해 올해 9월 직업보도교육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6일 서해 백령도 근해에서 초계함이 침몰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날 바로 자원해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한 준위는 29일에도 함수가 침몰한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부표를 설치할 때 “내가 경험이 많고 베테랑이니 직접 들어가겠다”면서 자원하고 나섰다. 수심 25m의 수중에서 어려운 작업을 마친 뒤에도 30일엔 함수 부분 함장실에 탐색줄을 설치하는 작업에 참여했다가 변을 당했다. 한 준위와 함께 근무했던 특수전여단 김학도 소령은 “그 분은 진정한 UDT 용사였다. 너무나 안타깝고 슬픔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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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구조작업중 순직한 UDT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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