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속초함-평택 2함대 교신내용 왜 못밝히나

2010.03.31 02:26 입력 2010.03.31 02:38 수정

군, 정보공개 막으려 생존자 격리 ‘꼬리무는 의혹’

항로변경 “기상악화 탓”→“北미사일 징후에 피신”

천안함 침몰에 대한 원인 규명이 늦어지면서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지만 군 당국이 최소한의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으면서 국민적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제라도 사고 경위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해 불필요한 의혹을 털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해군 재난구조대(SSU) 대원들이 천안함 침몰 5일째인 30일 구조함인 광양함에 로프를 연결한 뒤 거센 물결과 싸우며 실종자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백령도 | 강윤중 기자

해군 재난구조대(SSU) 대원들이 천안함 침몰 5일째인 30일 구조함인 광양함에 로프를 연결한 뒤 거센 물결과 싸우며 실종자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백령도 | 강윤중 기자

먼저 사고 당시 천안함과 속초함의 작전 내용을 밝혀야 한다. 천안함은 백령도 내해로 항로를 변경해 초계임무를 수행하던 중 백령도 앞 1마일(약 1.8㎞) 지점에서 원인 미상의 폭발로 침몰했다. 초계함은 고속정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섬 근처로 기동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천안함이 통상적인 경비항로를 벗어나 사고 지점으로 간 것은 ‘특수 임무’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태영 국방장관은 지난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천안함은 사고 해상을 15번 정도 다녔고 항로상으로 운용하는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고 당일 기상이 워낙 나빠 바람을 막기 위해 간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박성우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최근 여러 상황에 따라 그 지역에서 작전활동을 하던 것으로 이해해달라”며 “(천안함이 사고지역으로 간 것은) 피항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장수만 국방차관은 30일 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한 비공개 브리핑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쏠 징후가 보여 피했다”며 “백령도 뒤편에 있을 경우 미사일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이 침몰한 지 약 1시간40분이 경과한 뒤 인근에서 작전 중이던 속초함이 레이더에 포착된 정체불명의 목표를 향해 76㎜ 함포를 5분여간 사격한 것에 대해서도 공식 설명이 필요하다. 군 당국은 레이더에 포착된 목표물이 북상하는 새떼로 추정됐다고 사후에 밝혔지만, 당초에는 북한의 잠수정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의 함포 사격은 함장이 임의로 결정할 수 없고 상부의 허가를 얻어야 가능하다. 의혹을 씻으려면 속초함이 무엇을 근거로 함포사격을 했는지 밝혀져야 한다. 그를 위해 사격을 전후로 속초함과 2함대 사이에 오간 교신 내용이 공개돼야 한다.

사고를 당한 천안함과 평택 2함대 사이에 오간 교신 내용도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고 발생 이전에 주고받은 교신 내용을 확인하면 천안함이 무슨 목적으로 해당 지역을 항해했는지, 사고 발생 전 위험 징후는 없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미궁에 빠진 사고 발생 상황 및 사후 대처 과정을 규명하려면 당시 최원일 천안함 함장과 평택 2함대 사이에 오간 휴대전화 통화 내용 등이 공개돼야 한다. 천안함 침몰 생존자들의 증언도 필요하다. 현재 생존자 58명 가운데 52명은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를 놓고 군 당국이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생존자들에게 사실상 격리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천안함은 작전에 나갈 때마다 물이 줄줄 샜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의혹을 해소하려면 천안함 정비일지 등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