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장 지른 경찰… 실종자 가족 틈서 사복형사들 첩보활동

2010.03.31 02:58
평택 | 최인진·정환보 기자

출입허용 군 협조로 정보보고 중 발각… 논란일자 철수

경찰이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 사령부 내에 정보형사를 보내 천안함 실종자 가족의 동향을 파악하며 정보 활동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파문이 확산되자 활동을 중단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사람들에게 너무 하는 것 아니냐. 군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분개했다.


경기 평택 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지난 29일 천안함 실종자 가족의 동태를 살피며 휴대폰으로 상부에 내용을 보고하다 발각돼 붙잡혀 있다. 평택 | 뉴시스

경기 평택 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지난 29일 천안함 실종자 가족의 동태를 살피며 휴대폰으로 상부에 내용을 보고하다 발각돼 붙잡혀 있다. 평택 | 뉴시스

지난 29일 오후 5시15분쯤 2함대 사령부 앞 잔디광장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평택경찰서 정보과 소속 조모 경사(48)가 실종자 가족들의 동향을 휴대 전화로 상급자에게 보고하다가 발각된 것이다. 당시 현장에는 조 경사 외에도 신모 경감(34) 등 경찰관 3명이 더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가족들은 30일 “ ‘당신들 누구냐’고 추궁하자 조 경사 등은 도로 쪽으로 황급히 달아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가족들은 이들을 쫓아가 붙잡은 뒤 휴대전화와 지갑을 빼앗아 신분을 확인한 뒤에야 경찰관인 것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실종자 가족은 “현장에서 붙잡은 경찰관은 양복차림 1명, 평상복 3명 등 모두 4명이었다. 처음 붙잡은 사람(조 경사)이 계속 말을 하지 않자 격분한 가족들이 둘러싸 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 대책위 측은 “경찰이 부대 안에까지 정보형사를 보내 가족들의 성향 분석에 나선 것은 향후 일어날 일들에 대해 대비하기 위한 것 아니냐”라면서 “군부대 측의 묵인이 없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경향신문 취재 결과, 해군 측은 실종자 가족들을 상대로 한 경찰의 정보 활동을 허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군2함대 사령부 관계자는 “평택경찰서가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해와 경찰관들의 출입을 허용했다”면서 “출입 범위는 부대 내에 있는 실종자 가족 숙소와 그 주변으로 제한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보형사의 부대 내 근무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자 경찰관들을 영외로 철수시킨 데 이어 가족들을 상대로 한 정보 활동도 중단했다.

평택경찰서 측은 “정부와 경찰 차원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해 했던 것일 뿐 (가족들) 성향을 분석하는 첩보 수집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신분을 감췄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정보형사들은 근무 중 사복을 입을 수 있으며 다만 가족들에게 경찰관이라는 신분을 고지하지 않았을 뿐, 신분을 감춘 일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어제(29일) 이후 경찰관들은 모두 부대 밖으로 나왔다”면서 “부대 내 상황이 복잡하고 또 민간인(실종자 가족)들이 수백명이 있다보니 군부대 측의 브리핑에만 의존할 수 없어 그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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