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영국업체에 ‘SSM법 개입’ 약속

2011.09.20 02:57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보낸 편지서 확인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59)이 지난해 9월 대형마트 홈플러스 본사인 영국 테스코사의 부회장으로부터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법에 대한 우려 서한을 받은 뒤 “적절한 개입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답장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국내 재래시장과 중소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SSM 문제를 두고 외국회사 입장에 동조하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낸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김재균 의원(59)은 19일 테스코의 루시 네빌롤프 부회장과 김 본부장 간에 오고간 서한을 외교부로부터 입수해 공개했다. 네빌롤프 부회장은 지난해 9월16일 김 본부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테스코가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며 “SSM 규제법에 대한 한국 국회의 논쟁이 투자에 부정적이고, 불안정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나흘 뒤인 20일 답장을 보내 “당신의 우려를 깊이 이해한다”며 “한국 정부는 국회의 논의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으며, 적절한 조언과 개입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을 듣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을 듣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서한을 받기 전날 김 본부장은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SSM과 관련해 재래시장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외적으로도 전통성과 역사성에 대해 꾸준히 설명을 해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그후 테스코 측에 밝힌 대로 국회를 상대로 SSM 규제법 반대·압박 활동을 강화했다. 당시 국회는 여야 합의하에 재래시장 등의 반경 500m 내에 SSM 입점을 금지한 ‘유통법’과 SSM도 대형마트와 같이 입점조건·영업시간 등을 중소 상인과 사전 협의토록 한 ‘상생법’ 등 두 가지 SSM 규제법안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김 본부장은 10월 말 민주당 한·미FTA특위와의 간담회에서 “상생법이 통과되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어려움을 준다”고 주장했다.

결국 여당이 돌아서서 11월 국회에서는 유통법과 상생법이 분리 처리됐고 이 과정에서 테스코사의 로비설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13일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특정 대형마트 업체가 영국 정부에 로비를 했고, 한·EU FTA와 연관지어서 시비를 걸고 정부를 협박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 본부장은 “서한에는 한국 측 영세 상점들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는 내용도 있다”며 “로비로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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