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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한마디에 정부 광고 업체 탈락…‘비선실세 배려’ 의혹

2016.10.27 06:00

[단독]안종범 한마디에 정부 광고 업체 탈락…‘비선실세 배려’ 의혹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말 1억원대 금융개혁 광고를 발주하며 종전 거래 업체에 제작을 맡기고 시사회까지 마쳤지만 최종 단계에서 청와대 반대로 업체를 바꾼 사실이 경향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광고업체 교체 과정에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현 정책조정수석)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국가 경제 컨트롤타워인 경제수석이 금융위의 1억원대 광고 계약 건까지 직접 챙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그 배경을 놓고 의문이 제기된다.

해당 업체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 측근이자 현 정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씨 측과 대기업 계열 광고사 인수 문제를 놓고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 업체의 탈락 배경에 안 수석과 최씨, 차씨의 특수관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씨는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배후로 의심받고 있고, 안 수석은 재벌그룹들이 두 재단에 700억원대 기부금을 출연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차씨 역시 두 재단의 설립·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확인된 상태다.

■“안종범 수석이 못하게 지시”

2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광고 제작업체 ㄱ사는 지난해 10월 금융위로부터 ‘금융개혁’을 주제로 한 1억원대 광고 제작을 의뢰받았다.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금융개혁을 홍보하기 위한 광고였다.

그러나 ㄱ사는 11월9일 금융위로부터 “청와대 이모 행정관이 ‘ㄱ사와는 광고계약을 하지 말라’는 안 수석의 뜻을 전해왔다’ ”는 연락을 받았다. ㄱ사가 시사회용 광고물을 만들기도 전인 11월8일 안 수석이 이 행정관으로부터 광고물 제작계획서를 보고받고 “ㄱ사라고 있지? 거기랑은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위는 ㄱ사 측에 “(우리로서도) 업체를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니 잘 만들어서 안 수석을 설득하자”고 제안했다.

ㄱ사는 11월12일 오전 7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위 전체회의에서 시사회를 열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57)은 시사회가 끝난 뒤 “수고하신 분들께 박수 한 번 쳐달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오후 3시 열린 청와대 시사회는 분위기가 달랐다. 안 수석은 “(정부 정책)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청와대 시사회에 참석한 한 인사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안 수석이 ㄱ사 광고에 대해 지적을 많이 했다”면서 “청와대가 이런 광고 하나까지 직접 챙기는 것이 좀 의아했다”고 말했다.

결국 금융위는 다음날 ㄱ사에 “(광고 제작이) 어그러졌다”고 통보했다. 경향신문이 확보한 녹취록을 보면 금융위 한 간부는 ㄱ사에 “안 수석 측근 김모씨가 모니터링하면서 안 수석에게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는 경제수석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수가 없다”고 했다. ㄱ사가 광고업체에서 탈락한 건 청와대 뜻이라는 것이다.

■최순실과 차은택의 보복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광고업계 관계자는 “정부 부처나 기관 광고를 청와대 결재까지 맡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윗선에서 ‘특정업체와 계약하라’도 아니고 ‘특정업체와는 계약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최씨와 차씨는 2014년 대기업 계열 광고사를 인수하려다 ‘정윤회 비선개입 문건’ 파동이 일면서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사업 내용을 잘 아는 인사는 경향신문에 “최씨와 차씨는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면서 대기업 계열 광고사도 인수하려고 계획했는데 ‘정윤회 문건’이 터지면서 광고사 인수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후 대기업 계열 광고사는 2015년 ㄱ사에 인수됐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실세’ 최씨와 차씨의 눈 밖에 난 것으로 ㄱ사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측은 “ㄱ사가 맡았던 ‘금융개혁 종합편’을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보고했다”면서 “청와대에서 ‘퀄리티’(작품성)가 떨어진다고 했고 금융위도 일정 부분 동의해서 다른 업체가 해당 광고를 제작했다”고 공식 해명했다.

경향신문은 안 수석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메시지도 남겼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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