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새벽까지 일하고 아침에 쫓겨나”…야멸찬 ‘공직자 찍어내기’

2016.10.26 23:15 입력 2016.10.26 23:18 수정

전 문체부 고위 인사 밝혀…청와대는 ‘팩스 경질 통보’까지

2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의 모습. 앞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24일 경향신문과 만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김희범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실·국장을 자르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의 모습. 앞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24일 경향신문과 만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김희범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실·국장을 자르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연합뉴스

“우리가 나간 것은 지금도 기억한다. 108번뇌라고 하잖나. (쫓겨난 날이) 10월8일이다. 참담했던 것이 그 전날 국정감사를 해서 자정 넘게 일하고 새벽 1시쯤 마쳤다. 아침에 (거주지인) 세종시 아파트로 퇴근했는데 (김기춘 전 비서실장 지시를 받은 김희범 전 1차관이) 나가라고 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대회 판정시비 여파로 2014년 10월8일 쫓겨난 전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인사는 이렇게 전했다. 그는 “참 매몰차고 야멸차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정감사 중 사퇴시키면 논란이 발생할 것을 예상해 끝까지 일을 시킨 후 쫓아낸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피도 눈물도 없는 공직자 ‘찍어내기’의 단면이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7월17일 정성근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며 후임자가 없는 가운데서도 유진룡 장관을 면직했다. 국정운영 연속성보다는 ‘눈엣가시’ 제거가 우선인 셈이었다. 그해 4월15일 당시 ‘문고리 3인방’을 조사한 조응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홍경식 민정수석으로부터 “즉각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조 비서관이 짐을 싸기 위한 시간을 달라고 하자 홍 수석은 “짐은 부쳐줄 테니 어서 나가라”고 재촉했다. 조 전 비서관과 같은 시기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국정원·검찰·경찰 등 사정기관 요원 20여명은 그해 7월1일 팩스로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청와대 한 비서관은 전후 설명 없는 경질 통보를 받은 충격으로 며칠간 청와대 주변을 서성거리기도 했다. 전직 청와대 근무자는 “이렇게 상처주고 쫓아내면 그들의 한이 결국 청와대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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