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대학가 ‘시국선언’ 시민단체 “박근혜 하야”…들불처럼 번진다

2016.10.26 22:58 입력 2016.10.27 09:57 수정

대통령 모교선 “서강, 더럽히지 말라”…동참 학교 늘어

60여개 시민단체 “국정운영 자격 잃어” 퇴진 요구 봇물

<b>학생들은 시국선언</b> 이화여대 학생들이 26일 서울 서대문구 캠퍼스 정문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br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학생들은 시국선언 이화여대 학생들이 26일 서울 서대문구 캠퍼스 정문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최순실씨(60)가 민감한 국가기밀까지 미리 보고받으며 비선 실세 노릇을 한 사실이 연일 알려지는 가운데 대학가와 시민사회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있는 해명과 특검 등을 촉구하는 시국선언 및 집회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26일 서울 서대문구 캠퍼스에서 ‘대한민국, 최순실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입니까’란 제목의 선언문을 통해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가 수장인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되기는커녕 최순실이라는 단 한 사람에게 좌지우지되고 있다”며 “2016년 대한민국은 헌정사상 초유의 국기문란 상황에 놓였다”고 밝혔다. 선언문 제목은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이 내세웠던 ‘꿈이 이뤄지는 나라’란 슬로건을 비꼰 것이다.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에서도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인 서강대 학생 10여명은 이날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학의 슬로건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를 인용하며 “선배님, 부끄럽습니다. 서강의 표어를 더 이상 더럽히지 마십시오”라고 밝혔다. 재학생 이준혁씨는 “박 대통령이 싫어하던 진짜 ‘외부세력’이 대통령에게 기대 호가호위했다”며 “최씨의 농간에 국정이 좌우됐다는 사실이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 이날 정오를 기준으로 서강대 재학생·졸업생 50여명이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이날 경희대, 건국대, 한성대, 부산대, 한국외대 총학생회 등도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오늘, 대한민국의 주인을 다시 묻는다’란 성명에서 “국정농단 비선 실세의 존재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정면으로 위배한다”며 “분노와 경악을 넘어 국민들이 느끼는 허탈감과 상실감을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27일엔 한양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울대, 카이스트, 숙명여대 등이 시국선언에 동참한다. 연세대, 동국대, 경북대, 포항공대, 숭실대 등은 시국선언을 할지 논의했다.

시민단체들도 가세하고 있다. 서울에선 민주주의국민행동을 비롯한 60여개 시민단체가 광화문광장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은 이미 국정을 운영할 자격을 잃었다”며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역사교과서 국정화, 일본 아베 정권과의 야합, 절차를 무시한 개성공단 폐쇄, 국익을 외면한 사드 배치, 백남기 농민 사망 등에서 드러났듯 박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무능력과 무책임, 오만무도함으로 일관했다”며 “끝내 최순실 게이트라는 희대의 대국민 사기극으로 국민들을 ‘멘붕’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역시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거짓말과 은폐, 변명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고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불신임 수준은 사상 최악”이라며 우병우 민정수석과 ‘문고리 3인방’의 해임을 요구했다.

박 대통령 고향인 경북 지역에서도 하야 요구가 이어졌다. 이날 대구·경북 시민단체 회원 80여명은 대구 2·28기념중앙공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은 대통령 자리에 앉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 이익을 모두 사적으로 만들어버렸다. 대한민국은 최순실공화국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근조 아바타 정권” “국정농단 최순실, 막장 정권 퇴진” “박근혜 하야가 답이다” 등 손팻말을 들고 하야를 요구했다.

민주주의경남연대, 열린사회희망연대 등 경남 지역 시민단체도 “한 나라를 통제받지 않는 섭정 권력에 갖다 바친 것은 어떠한 정치 후진국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일이며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라면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시국성명을 통해 “온 나라가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돼버렸다”며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저녁 서울 곳곳에서 박 대통령 규탄 집회가 개최됐다. 신촌에선 촛불집회가 열렸으며, 광화문 동화면세점 인근에선 청년 50여명이 모여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릴레이 규탄발언’을 진행했다. 29일 저녁엔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2000명이 모이는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