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청와대와 함께 난파선 사슬에 묶인 새누리당은 26일에도 혼돈을 벗어나지 못했다. 당 지도부가 입장 정리에 나섰지만 박근혜 대통령 탈당, 당 지도체제 전환 여부 등을 두고 의견이 사방으로 튀면서 ‘내부 수습’도 난망한 상황이다. 친박계 지도부 책임론으로 계파전쟁과 여권 분화의 기로에 서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사실상 ‘비상체제’로 돌입했다. 정례회의는 취소됐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낙엽이 떨어지면 겨울이 오고, 눈이 녹으면 봄도 오게 돼 있는 것”이라면서도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비상시국” “무정부 상태” 등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한 표현들이 수시로 나왔다.

대신 긴급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가 잇따라 소집됐다. 이정현 대표 주재로 열린 긴급최고위에는 이례적으로 청와대 김재원 정무수석도 참석했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김 수석에게 청와대와 내각의 대폭적인 인적 쇄신 등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특별검사 도입은 엄정한 검찰 수사에 방점을 찍으며 사실상 거부했다.

최고위 결과는 2시간 뒤 열린 의총에서 뒤집어졌다. 분위기는 무거웠다. 정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우리당은 영문도 모른 채 돌팔매를 정면으로 맞았다”며 “최순실을 반드시 국내 송환해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했다. 대다수 의원들은 특검 도입 주장을 쏟아냈다. 친박계가 주류인 지도부의 대응 방향을 두고 의총에서 집단 반발이 불거진 셈이다. 결국 새누리당은 당론으로 특검을 추진키로 했다.

특검 도입 외에는 뜻을 모으지 못했다. 당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주장도 불거졌지만 의견이 엇갈리며 결론 없이 흩어졌다. 정 원내대표는 의총을 마친 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다만 당장 수습하는 게 문제인데 뽑힌 지 얼마 안된 지도부를 대체할 만한 대안들이 나온 게 아니니…”라며 즉각적인 사퇴에는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의 ‘탈당’ 문제를 두고도 계파 간 시각이 엇갈리며 우왕좌왕했다. 이날도 비박계를 중심으로 탈당 주장이 나왔지만, 친박계인 정우택 의원은 의총 도중 페이스북에 “배가 큰 풍랑을 만났으니 선장직에서 물러나라고 하면 그 배는 누가 책임지느냐”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