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비밀 TF’ 파문

TF단장 출장 ‘교육개혁 점검’ 포장…반대 단체·필진들 동향 감시 정황

2015.10.27 06:00

국정화 TF에 제기된 의혹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비밀 TF’ 단장을 맡고 있는 오석환 충북대 사무국장은 ‘교육개혁 추진 점검’ 명목으로 대학에 출장 신청을 하고, 국정화 작업을 지휘했다. 역사교육 지원과 무관한 일을 하던 교육부 직원들이 대거 충원된 TF에서는 시민사회와 집필진 동향을 추적·감시하고 색깔론 공세를 배후에서 지원했다는 내부 제보가 나왔다. “역사교육지원팀 보강”이라는 교육부 해명과 달리 급조한 ‘국정화 비밀 상황실’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TF에서는 검정교과서 필진과 국정화 반대 단체 동향을 파악·추적한 정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직원이라고 소개한 사람이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가 근무하는 고교에 전화해 특정 출판사의 교과서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전화가 걸려온 번호는 세종시에 있는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가 아니라 TF가 작업 중인 서울의 국립국제교육원이었다. 전화한 이모 주무관은 지난 25일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이 제보를 받아 공개한 TF 명단에 포함돼 있다. 앞서 지난 17일 오후엔 TF의 최모 연구관이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열리는 국정화 반대 범국민대회장을 보고 있는 게 확인됐다. TF 21명의 소관 업무표에서 그의 업무는 ‘교원·학부모·시민단체 동향 파악 및 협력’이라고 적혀 있었다.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비밀 TF’에 참여한 오석환 충북대 사무국장(등진 사람)이 26일 서울 국립국제교육원 내 TF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비밀 TF’에 참여한 오석환 충북대 사무국장(등진 사람)이 26일 서울 국립국제교육원 내 TF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TF는 최근 적극적인 국정화 반대 활동을 펴온 전국역사교사모임에 색깔 공세를 펴는 작업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 의원은 “제보에 따르면 TF가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지난 여름 연수자료를 활용해 색깔공세 논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지난 8월7일부터 10일까지 매향리 사격장, 세월호 분향소, 나눔의집을 방문하고 토론을 한 게 전부”라며 “좌편향으로 공격받을 만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김동원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지난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에게만 제공된 ‘고교 한국사 비교분석’ 자료를 “추석 무렵 역사교육지원팀에서 2~3일 정도 걸려 작성했다”고 밝혔다. 추석 무렵은 야당이 TF가 꾸려졌다고 주장하는 시점이다. 야당은 국정감사 파행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이 자료가 역사교육지원팀이 아니라 이 TF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도종환 의원이 공개한 TF 업무 범위는 국사편찬위에 넘겼다는 집필진 구성 외에 언론동향 파악과 언론 기고·패널 섭외 등 여론전 업무도 포함돼 있다. 이런 활동은 교육부가 지난해 1월 4명으로 출범시킨 역사교육지원팀 활동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오석환 충북대 사무국장도 10월7일부터 11월3일까지 학교에 ‘교육개혁 추진 점검’ 명목으로 출장계를 내 승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2일 교육부의 행정예고 5일 전부터 행정예고 종료 다음날까지, ‘교육개혁 점검’으로 포장해 교육부로 출장간 뒤 국정화 업무를 지휘한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오 사무국장이 교육부 고위인사를 만나고 2주 출장을 낸 뒤 출장을 2주 더 연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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