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호가’ 박수근·천경자 작품 등 200여점… “불상은 10억대”

2013.07.17 22:52

전두환 전대통령 압류·압수 미술품 뭐가 있나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82)의 장남 재국씨 소유의 출판사 시공사와 경기 연천군 허브빌리지 등에서 압수수색해 확보한 미술품은 200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품 중에는 박수근, 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유명 작가의 그림을 비롯해 불상과 병풍, 공예품 등이 포함돼 있다. 검찰은 미술품을 구입한 자금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되면 이를 공매에 넘겨 현금화해 추징할 예정이다.

▲ 비자금·은닉재산으로 구매 확인 땐 국고 귀속
재국씨 미술품 애호가… 매매 관여 교수 등 조사

■ 국내 최고 인기 작가 작품 보유… 1점당 수억원

박수근 작가(1965년 사망)의 그림은 현재 시세로 미술 시장에서 1호(약 23×16㎝)당 평균 1억~2억원을 호가한다. 미술 시장에서는 보통 20호 이하의 그림에만 크기별로 액수를 책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림 1호는 정부에서 발행하는 엽서 2장 크기와 비슷하다. 박 작가의 그림은 크기나 작품성, 제작연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 점에 평균 수억원 이상에 거래된다. 그의 작품은 경매 시장에서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검찰 직원들이 16일 경기도 연천군 허브빌리지에서 압수한 불상 머리를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 직원들이 16일 경기도 연천군 허브빌리지에서 압수한 불상 머리를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박 작가의 대표작인 20호 크기의 ‘빨래터’(72×37㎝)는 2007년 국내 미술품 경매에서 사상 최고가인 45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박 작가의 그림 가운데 가장 큰 호수는 100호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경자 작가(89)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류 작가로 꼽힌다. 주로 강렬하고 이국적인 여인과 꽃을 화폭에 담았다. 천 작가의 그림은 보통 1호당 3000만원 이상에 거래된다.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압류한 이대원 작가(2005년 사망)의 그림 1점(120~150호 사이, 200×106㎝)도 1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작가의 그림은 미술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만큼 위작도 많다는 평가다. 최명윤 명지대 문화재보존관리학과 교수는 “이 세 명은 인기 작가 그룹에 속하기 때문에 그림 거래가 활발한 만큼 위작도 많다”면서 “진위 확인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미술계는 허브빌리지에서 발견된 불상은 태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진품이라면 가치가 1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술계 관계자는 “사진과 영상으로만 봐서는 정확히 판단하기 힘들지만 한국에서 제작된 불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이 16일 허브빌리지에서 압수한 그림의 일부분. | 연합뉴스

검찰이 16일 허브빌리지에서 압수한 그림의 일부분. | 연합뉴스

■ 미술품 애호가 재국씨… 비자금 조성·세탁 가능성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는 미술품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전담 큐레이터까지 두고 고가의 미술품을 매입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술계 관계자들은 “재국씨가 시공사에서 화집 등 미술 관련 서적을 연달아 출간하는 등 그림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상당량의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검찰은 확보한 물품들의 구입 경위와 자금 출처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해당 물품들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나 은닉재산으로 구입한 사실이 확인되면 추징해 국고로 귀속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미술품 구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ㄱ씨와 모 대학 교수 ㄴ씨 등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미술품들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세탁 창구로 쓰였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미술품은 기업들의 비자금 조성과 자금세탁 창구로 자주 이용돼왔다. 부동산처럼 정해진 정가가 없어 거래자들끼리 마음대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미술품 가격을 부풀려 산 뒤 실제 가격과의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다. 거래 과정에서 구체적인 매매기록이 남지 않고 양도소득세나 취득·등록세를 낼 필요도 없어 자금흐름 추적을 피하기도 용이하다.

최근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차명재산을 세탁하기 위해 해외 유명 작가의 미술품을 다수 거래한 의혹을 받고 있다. 300억원 상당의 회사 돈을 유용한 혐의로 집행유예가 확정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58)은 미술품 10점을 법인자금으로 매입했다.

2007년 삼성그룹 비자금 수사 당시에는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가 ‘검은돈’으로 미국 화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