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민심’ 역풍 우려, 태도 달라진 한나라

2011.11.08 21:50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정국에서 당·청 간 긴장이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8일 한·미 FTA 반대 시위와 허위사실 유포에 강경 대응한다는 검찰 방침에 “시대착오적인 발상” “정치검찰”이라며 이례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59)이 전날 여당 의원들에게 보낸 ‘FTA 처리’ 독려편지도 “쪽박 깨는 일”(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라는 힐난이 나왔다. 청와대와 검찰의 독주가 여당에서부터 역풍에 부딪히고 있다.

8일 원내대책회의부터 검찰 비난이 제기됐다. 정태근 의원(47)이 대검 공안부를 문제삼자, 김정권 사무총장(51) 등 참석자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여권에 부담만 준다”는 성토가 이어졌다고 한다.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55)는 한상대 검찰총장(52)에게 전화로 유감의 뜻을 전했다.

<b>몸 낮춘 황우여</b> 민주당 손학규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8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 출판기념회에서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오른쪽)와 악수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몸 낮춘 황우여 민주당 손학규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8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 출판기념회에서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오른쪽)와 악수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김효재 수석 편지도 도마에 올랐다. 황우여 원내대표(64)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치인들이 FTA를 대하면서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 의회주의 공적으로 남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수석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47)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청와대가 여당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발빠른 움직임에는 위기감도 엿보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규제가 외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황영철 원내대변인은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검찰이나 선관위가 SNS를 규제하겠다고 밝힌 게 한나라당한테 역으로 돌아왔다”고 지적했고, 쇄신파인 김성식 의원(53)은 트위터에서 “공안부 ‘똥볼’에 더 열받는다”고 썼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이날 국회 외통위에서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예산 소위에서 예산안 심사를 마치면 야당과 협의해서 내일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당·정·청 사이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원내 지도부는 청와대와 검찰의 FTA 밀어붙이기에 한나라당이 끌려가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밝혔다. 강경·온건파 사이에 있는 ‘중간 지대’ 의원들이 청와대 압박에 대한 심리적 반발이 커지고 있지만 내부 동력을 확인할 때까지 신중론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당·청 관계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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