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세종시… 의제 결론 내놓고 국민에 ‘툭’

2010.02.23 18:17 입력 2010.02.24 02:05 수정

MB 2년 - 일방·성과·권위주의 리더십

CEO 마인드… 효율성·결과만 중시

‘여의도 정치’ 불신… 토론·절충 외면

이명박 정부 들어 분열과 갈등이 심화된 데는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 특징에 기인한 바가 크다. 소통과 설득을 통한 개방성·상호성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적 리더십이 아닌 일방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이 정치·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b>정치는 실종</b> 김형오 국회의장이 지난해 12월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의원들의 반발 속에 2010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정치는 실종 김형오 국회의장이 지난해 12월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의원들의 반발 속에 2010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교육과학기술부와 노동부의 일자리 대책을 보고받고 “보고를 위한 보고서”라며 관료들을 질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절박함이 없다는 질책이자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 빠졌다는 지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구체적 계획과 결과가 간명하게 정리된 보고서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리더십은 흔히 대기업 최고경영자 출신이란 경력에 기인한 ‘CEO형’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성과주의적 리더십은 효율성은 뛰어날지 모르지만,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을 경시한다는 점이다. 정책에 대한 국민과의 소통이 생략되면서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600여㎞에 달하는 4대강 구간 환경영향평가를 단 4개월 만에 끝내고 공사에 착수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입증되듯 국민의 60% 이상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전형적인 밀어붙이기다. 그 결과 국민소송단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전국 4개 법원에 낸 상태다.

<b>정책은 독주</b> 정운찬 총리가 지난해 10월30일 충남 연기군 세종시 건설현장을 둘러보는 동안 주민들이 원안 추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책은 독주 정운찬 총리가 지난해 10월30일 충남 연기군 세종시 건설현장을 둘러보는 동안 주민들이 원안 추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일방적 리더십은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절충하고 타협책을 찾아야 할 정치를 왜곡시키고 있다. 정부의 국회 무시, 여당의 청와대 거수기화, 야당의 감시와 견제기능 상실이 그 결과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1일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노동관계법 직권상정을 독려한 것은 일례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연말 국회가 여당의 날치기와 직권상정으로 마무리된 데 대해 “중요한 대목에서 (여야가) 격렬하게 (충돌)하지 않는 것을 보니까 국회가 성숙단계로 가고 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야당의 반대는 국정운영의 발목잡기, 국회의 토론과 절충은 비효율로 보는 인식이다.

이 대통령의 ‘나만 옳다’는 권위주의적 리더십은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이 이란 저서에서 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구세주형’으로 규정하고 “나만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유아독존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당장 세종시 수정안을 대하는 이 대통령의 태도에서 이 점은 잘 드러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원안 추진이란 대선 공약을 뒤집고 세종시 수정 계획을 일방적으로 제시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장·차관 워크숍에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b>약자는 억압</b> 지난해 1월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재개발지역 4층 건물 옥상에 설치된 철거민 농성용 가건물이 경찰특공대 진입과정에서 불타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약자는 억압 지난해 1월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재개발지역 4층 건물 옥상에 설치된 철거민 농성용 가건물이 경찰특공대 진입과정에서 불타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독주의 리더십’은 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섬김과 봉사의 국정운영’과는 거리가 먼 법과 원칙을 앞세운 ‘강압 통치’의 형태로 표출됐다. 집권 첫해 촛불시위에 대한 강경진압부터 지난해 용산 철거민 참사, 쌍용자동차 파업 무력진압,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탄압 등에서 보듯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는 통제의 대상이 됐다.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각계의 선언이 잇따르고, 노엄 촘스키 MIT 명예교수 등 세계적 석학까지 성명에 동참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 추진에서 보듯이 본인이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사후적으로 의제를 국민에게 던져놓는 식으로 국정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국민적 소통과 정치적 과정을 경시하면 목표를 이루는 데는 효율적일지 몰라도 사회적 갈등과 분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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