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 성장’ 이면엔 가계 부채 ‘짙은 그늘’

2010.02.23 18:07 입력 2010.02.24 02:26 수정

MB 2년 - 친기업·친부자 경제

부자감세·규제완화로 대기업 웃고 저소득층 시름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저에는 고소득층의 세금을 깎아주면 소비가 늘고, 대기업의 규제를 풀면 투자가 늘어 경제 전체가 발전하고 중산층과 저소득층까지 모두 잘 살 수 있다는 경제관이 깔려 있다. 그 결과 땅부자들은 세금이 줄었고 대기업들은 좋은 실적을 내며 경제위기 속에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한 성장률을 이뤄냈다. 하지만 정부의 공언과 달리 영세자영업자들은 몰락했고, 저소득층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이 깎이면서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지난해 6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산분리 완화 입법 저지, 공기업 선진화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지난해 6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산분리 완화 입법 저지, 공기업 선진화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위기 극복 속 짙어진 ‘그늘’ = 정부는 지난해 40조원가량의 대규모 수정예산과 추경을 편성하며 비상경제체제를 가동했다. 이에 따라 2008년 4·4분기 마이너스 5.1%(전분기 대비)까지 추락했던 성장률은 지난해 연간 0.2%의 플러스 성장으로 마무리됐다. 수치로만 보면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회복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회복의 배경에는 막대한 재정투입과 세제지원이 있다. 정부는 유동성 위기에 몰린 은행들에 달러와 원화자금을 대거 몰아줬고, 자동차와 반도체 등 대기업들은 정부의 세제지원과 고환율 덕에 내수와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반면 서민들은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 없었다. 2007년 28만2000명 증가했던 일자리수는 지난해 7만2000명 감소로 돌아섰다.

도소매·음식숙박업의 일자리도 지난해 영세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하며 13만9000개가 급감했다.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임금은 지난해 3·4분기에 7.2% 급감했고 가구당 실질소득도 3.3% 감소하며 역대 최대 감소율을 기록했다.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소득5분위 배율은 2008년 7.29배에서 지난해 7.53배로 벌어졌다.

‘플러스 성장’ 이면엔 가계 부채 ‘짙은 그늘’

경기를 살리기 위해 투입된 막대한 재정은 국가채무로 쌓이며 국민의 미래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채무는 지난해에만 57조원이 늘어 366조원에 달했다.

가계부채도 지난해 9월 700조원(712조7971억원)을 돌파했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김병권 부원장은 “경제회복은 은행과 대기업의 채무가 정부와 개인들에게 이전된 덕에 이뤄진 것”이라며 “이 때문에 국가·가계부채의 급증이라는 새로운 위기가 잉태되고 있다”고 말했다.

◇ 계속되는 친부자 정책 논란 =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감세와 금산분리 완화 등 친부자·친재벌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그 결과 2008년 종합부동산세 세율이 대폭 내려가고 과세대상도 크게 줄었다. 25%이던 대기업 법인세율도 22%로 내려갔다.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완화해 부동산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줬다.

하지만 이런 친부자·친재벌 정책은 한나라당이 절대다수인 국회에서도 제동이 걸렸다. 종부세 감세와 함께 대표적인 부자감세로 꼽혔던 상속·증여세율 인하는 2008년 국회에서 거부됐다. 소득세 인하도 소득 최상위층의 세율 인하가 2년 연속 국회에서 가로막혔고, 대기업 법인세율을 올해 20%까지 추가 인하하려던 것도 2년 유예로 결정됐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낸 금산분리 완화 법안도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완화에 대한 법률만 통과됐을 뿐 산업자본의 금융지주사 소유 완화에 대한 법률은 통과되지 못했다.

핵심 정책들이 국회에서 거부되고 있지만 정부는 끝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소득 최상위층과 대기업에 대한 세율 인하는 유예됐을 뿐 2012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고, 산업자본의 금융지주사 소유 완화 법안도 다시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다.

경원대 경제학과 홍종학 교수는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서민들의 삶만 더 힘들어지는 것은 부유층이 잘 살아야 빈곤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정부의 부자감세, 친기업 정책이 지식정보화와 세계화라는 시대조류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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