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 정책은 ‘만점’ 친서민·복지는 ‘낙제’

2010.02.23 18:20 입력 2010.02.24 09:58 수정

MB 2년 - 92대 대선공약 이행 실태

취약계층·여성 지원 지지부진

교육·노사관계 보수색 강화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에서 제시한 92대 공약의 지난 2년간 이행 상황을 분석한 결과 현 정부의 ‘편향성’이 그대로 나타났다. 친기업·부자 공약은 발빠르게 이행된 반면 서민복지 증진은 지지부진했다. 성장, 시장, 경쟁, 법치, 대북강경책 등 보수 색깔에 맞는 제도 개편이나 정책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데 비해 사회적 약자나 소수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약속의 이행도는 낮은 편이었다. 이 대통령이 집권 2년차인 지난해부터 ‘친서민·중도실용’을 국정운영 기조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부의 실제 정책 이행은 이와 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2월25일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3군 의장대 사열을 하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2월25일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3군 의장대 사열을 하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발빠른 친기업·부자 정책 실천 = 이 대통령의 공약 중 가장 잘 이행된 분야는 규제완화, 감세 같은 친기업·부자 정책이었다. 기업 성장을 통해 그 수혜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도록 한다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기조에 따라 규제 일몰제 등 기업활동에 대한 각종 완화가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금융지주회사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고, 재벌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거래법도 개정을 추진 중이다. 기업투자의 걸림돌로 지목됐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했다.

감세도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소득세는 1%씩 깎아줬고, 과표 2억원 이하 기업의 법인세도 이명박 정부 출범 전 13%에서 10%까지 낮아졌다. 최고소득구간에 대한 세율도 2012년부터는 35%에서 33%로 낮아지고, 2억원 초과 기업에 대한 법인세도 22%에서 20%로 낮아진다. 부동산 부자들의 불만이었던 종합부동산세 세율은 1~3%에서 0.5~2%로 떨어졌다. 현 정부 임기내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는 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출총제 폐지·부자 감세 시행 ‘서민 생활비 30% 절감’ 실패

◇ 경제 공약 이행은 낙제점 = 친기업 노선에도 불구하고 ‘7·4·7(7% 성장, 4만달러 국민소득, 7대 강국)’로 대표되는 경제 관련 공약 이행 정도는 낙제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외부요인도 작용했지만 당초 불가능한 ‘공약(空約)’을 남발한 탓이다. 경제성장률은 2008년 2.2%, 2009년 0.2%에 그쳤다. 국민소득 역시 2008년 1만9231달러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는 1만7100달러로 더 하락했다. 당연히 세계 11위 수준이던 명목 국내총생산은 2008년 15위로 추락했다.

일자리 공약도 대표적 실패 사례다. 이 대통령은 매년 60만개, 5년간 3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지만 성적은 초라하다. 집권 첫해 14만여개의 일자리가 늘어났을 뿐이고, 지난해는 오히려 7만여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실업자도 지난 2년간 43만명 증가했다. 특히 7~8% 수준에서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한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8.1%를 기록했다. 해외연수·행정인턴 등을 통해 임시직 일자리를 다수 만들었지만 실업자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747·매년 일자리 60만개 창출 등대표적 경제 공약 초라한 성적

◇ 꾸준한 보수 색깔 공약 이행 = 보수적 국정방향에 부합하는 공약은 차근차근 이행되고 있다. 경쟁·수월성 강화를 기조로 하는 교육 공약이 대표적이다. 사교육 조장 논란이 있는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는 순항 중이다. 현재 기숙형공립고는 목표한 150개가 완성됐고, 마이스터고는 50개 중 21개, 자율형사립고는 100개 중 25개가 문을 열었다. 대입 3단계 자율화 약속도 추진되고 있다. 2012학년도부터 수능과목이 8개에서 7개로 줄고, 대입자율화를 위한 입학사정관제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교육부의 대입관련기능이 대학교육협의회로 이양됐으며, 국립대학의 법인화도 진행 중이다.

친기업 기조에 맞게 ‘노사관계 법치화’ 공약은 철저히 이행됐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간부 파면 등 징계가 이어졌다. 공기업 노조에 대한 법 적용은 더욱 철저했다. 코레일의 경우 파업 주도자 170여명을 파면·해임했고 참가자 1만1000여명 전원에 대한 징계를 추진 중이다. 이는 전체 노조원 2만4000여명 중 70%에 해당한다.

통상관계에선 해외시장 진출과 대외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한 적극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이뤄졌다. EU, 인도 등과 FTA를 체결했고, 미국의 미온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 비준안을 국회 상임위에서 단독처리했다. 대북정책에서도 남북간 긴장고조에도 불구하고 ‘비핵·개방·3000’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미디어 관련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날치기 통과시키면서 신문법 개정 등의 공약을 이행했다.

◇ 말뿐인 친서민 공약 = ‘서민 생활비 30% 절감’ 공약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다. 당장 사교육비는 2008년 총 20조9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3% 증가, 사교육비 절반 공약은 허언이 됐다. 장학금 확충 공약도 실적이 저조하다.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도를 도입하면서 대학생 장학금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대학생 근로장학금을 6000억원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올해 예산은 250억원으로 4% 수준이다. 2009년 3월 기준 가처분소득에 대한 가계대출 비중이 68.4%로 증가한 것도 이 같은 사교육비 부담이 주요 원인이란 분석이다.

기름값 10% 인하는 2008년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10% 내렸으나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다. 통신비 20% 인하 공약은 요금부과 방식 변경 등으로 일부 추진되고 있으나 목표치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상황이다. 매년 50만호 주택을 건설하고, 그중 12만호를 신혼부부에게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신혼부부 주택 공약은 5만호 공급과 7만호 전세자금 지원으로 수정됐으며, 공급량도 지난 2년 평균 1만9500가구에 불과했다.

보육·복지 공약도 마찬가지다. 전 정부와 연속성이 있는 사업인 암 등 중증질환자 보험급여 확대, 산전 검사비 20만원 지원, 희망129센터 운영, 60세 이상 노인 무료치매 검진 등은 이행됐거나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약속한 기초연금제 도입, 의료안전망 기금 설치, 만5세 이하 아동의 의료비 전액지원 등의 공약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취약계층·여성 지원 지지부진, 교육·노사관계 보수색 강화

◇ 부진한 취약계층 지원 =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확대 약속는 이행되지 않았다. 정부는 여전히 “추진 중”이란 입장이지만 이를 위한 부양의무자 기준완화는 100대 국정과제에서 제외됐다. 오히려 ‘능동적 복지’ 개념에 따라 2010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예산은 전년에 비해 8.5% 삭감됐다. 치매나 중풍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수발을 돕는 서비스인 노인장기요양 서비스 대상자를 치매 4등급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이행이 불확실하다. 장애인아동특별보호연금 설치는 사실상 물건너간 분위기다.

양성평등과 여성 일자리 확대를 위한 육아휴직급여 인상, 산전후 휴가급여 국가 부담 확대도 이행하지 않았다. 정무직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에 대한 여성할당제도 지켜지지 않았다. 여성 일자리도 150만개 창출을 공약했지만 지난 한해 동안 오히려 10만300여개가 줄어들었다. 정부는 여성고용 증진을 위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유연근무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농어민 부채동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정부가 5년간 10조원을 투자키로 한 농지신탁기금 설치 약속도 헛공약이 됐다. 쌀소득 보전 직불금도 늘리기로 했으나 2009년 예산에선 전년보다 오히려 23% 감소했다.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의 농기업을 100개 육성하기로 한 공약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친기업 정책은 ‘만점’ 친서민·복지는 ‘낙제’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