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여, 정부 견제 않고 눈치만…‘무기력’ 야, 독자 공간 잃고 반대만

2010.02.23 18:11 입력 2010.02.24 02:20 수정
최우규 기자

MB 2년 - 갈등 재생산 정치

이명박 정권 2년간 정치 영역은 갈등으로 점철돼왔다. 국회와 정당들은 시종 ‘대치→몸싸움→일방 처리→대치’의 악순환 궤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차이와 대립을 조정·통합해야 할 정치가 되레 갈등을 증폭하고 재생산하는 양상이다.

정부·여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대를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법과 제도를 뒤집기 시작했다. 과거를 부정당한 민주당과, 무시당한 군소정당은 극렬히 반대하면서 갈등 양상은 커져갔다.

2008년 늦봄부터 여름까지 우리 사회를 달군 촛불시위는 ‘정치 실종’이라는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이후 국회는 여야간 정책 대결 장소가 아니라 ‘입법 전쟁터’가 됐다. 입법전쟁은 1차 2008년 12월 여당의 부자감세 예산안 처리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동의안 일방 상정에 이어, 2차 지난해 7월 미디어법 날치기, 3차 지난 1월 4대강 사업 예산 강행처리로 이어졌다. 지금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4차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머와 소화기가 동원됐고, 밧줄로 몸을 엮는 인간사슬로 본회의장 점거농성도 벌어졌다.

정부·여당은 야당과 시민사회가 반대하는 갈등 의제를 의견 수렴없이 밀어붙여왔다. 국회에서 여야는 협상보다는 벼랑 끝 대치로만 치달았다. 용산참사와 비정규직 문제, 복수노조 허용, 쌍용차 사태, 방송장악 논란 등 사회 현안을 두고 공방만 오갔다.

갈등의 배경에는 정치권의 불통이 자리잡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수차례 한나라당 지도부와 청와대에서 회동했고, 박근혜 전 대표와도 만났지만 자신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데 그쳤다. 제1야당인 민주당과는 2008년 5월20일 손학규, 9월25일 정세균 대표와 회동한 게 전부다. 시민사회와는 아예 담을 쌓았다.

이런 갈등의 근저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여의도 정치’ 경시가 깔려 있다. 특히 여당은 대통령과 청와대만 바라보며, 행정부 견제는 포기한 채 무조건적 협조에만 방점을 찍고 있다. 결국 스스로를 ‘거수기’로 전락시켰고, 이는 야당 외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여당이 던진 의제를 반대하는 데 진력했을 뿐, 창조적 정치 공간을 창출하지 못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춰지는 이유다.

정상호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이 여야와 대화를 재개하고, 시민사회와 거버넌스(공공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사회와 연결하는 협치)를 복원해야 한다”면서 “한나라당도 대통령과 정부에 ‘노’라고 할 수 있어야 하고, 야당도 자신의 의제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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