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없는 짜깁기 발췌록 의혹

2013.06.24 22:22

왜곡·축소 오해 소지… 여당서 주장한 내용도 없어

국가정보원이 24일 공개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이 원래 회의록 내용을 왜곡·축소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당시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발언을 전후맥락 없이 소개해 오해의 소지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노 전 대통령 발언을 ‘짜깁기’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정치 개입 사건 국정조사를 회피하기 위한 행위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정원이 공개한 발췌본에는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기록이 없다. 하지만 지난 20일 이 발췌본을 열람한 새누리당 정보위 소속 의원들은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노무현 정부 청와대의 박선원 전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이 공개한 비망록에는 “NLL은 남한에서 현실적으로 영토로 인식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돼 있다.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이 축소돼서 본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갖게 하는 부분도 눈에 띈다.

발췌본에서 대화록 74쪽의 내용이라고 언급된 NLL 관련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대화 내용이 대표적이다. 발췌본은 김 전 위원장이 ‘(NLL 관련)법을 포기한다’고 했다고 명시한 뒤 노 전 대통령이 “예, 좋습니다”라며 동의한 것으로 적혀 있다. 그러나 박선원 전 비서관 비망록과 노무현 정부 측은 “노 전 대통령은 ‘예, 좋습니다’라고 발언한 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에 대해 설명했는데 발췌본에는 그 말이 빠져 있다”고 반박했다.

축소 왜곡 의혹은 NLL뿐만 아니라 북핵·경수로·대미 관계 부분에도 있다고 노무현 정부 측은 주장했다.

발췌본 39쪽은 노 전 대통령이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에게 ‘우리가 경수로 짓자 미국 제끼고’라고 지시했지만 안된다고 그래서 이유를 써내라고 했다”고 돼 있다. 하지만 박 전 비서관은 “이런 말은 회담 분위기가 좋을 때나 할 수 있는 거다. 당시 회담 분위기상 이런 말을 노 전 대통령이 할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정상회담 내용이라고 주장한 내용이 발췌본에는 없었다. 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정일에게 ‘NLL 때문에 골치 아프다. 미국이 땅따먹기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까”라거나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공동어로 활동을 하면 NLL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며 구두 약속을 해줬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국정원 발췌본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개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박 전 비서관과 노무현 정부 측은 노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회담에 임했다는 새누리당 측의 주장에 맞섰다.

새누리당 정보위 소속 의원들은 발췌본을 열람한 뒤 “노 전 대통령이 굴욕적으로 협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비서관은 “오전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은 전날 베이징 6자회담에서 돌아온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불러 회담 내용을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게 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더보기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