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존엄’ 발언 공개로 북 반발·남북관계 더 경색 예상

2013.06.24 22:20 입력 2013.06.24 23:30 수정

정상간 기밀 깨져 ‘신뢰 프로세스’ 신뢰성도 타격

최고위급 외교행위 훼손… 향후 대화 악영향 전망

국가정보원이 24일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공개함에 따라 남북관계에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당국자 회담이 ‘격 문제’로 무산되면서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를 풀 실마리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특히 약속 이행을 통한 신뢰 구축을 골격으로 하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신뢰성’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대화록 공개로 남북 관계 경색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북한이 ‘최고 존엄’으로 받들고 있는 김 전 위원장의 비공개 회담 석상 발언이 정략적으로 공개된 것을 두고 남측을 강하게 비난할 가능성이 크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김 전 위원장의 발언 공개 자체보다는 이 발언 내용을 두고 새누리당 등 한국 내에서 폄하가 있으면 최고존엄에 관한 것이어서 즉각 반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북 당국자회담 무산 후 공전하고 있는 남북대화 재개 전망도 더욱 불투명해졌다. 이번 회의록 공개로 최고위 외교행위인 정상회담의 기밀성과 상호신뢰성 원칙이 훼손된 만큼 향후 남북 당국간 회담과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선 전략적이고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데 정상간 대화록이 공개되면 남북간에 앞으로 속 깊은 얘기를 나누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당국간 대화나 고위급 회담이 나중에 다 공개될 거라면 남북간 대화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근식 교수는 “남북이 공식적으로 정상회담을 하고 합의했던 10·4선언 내용을 역사적으로 부인한 것이어서 남북 신뢰를 쌓을 수 없다고 북한은 계속 비판할 것”이라고 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남북 관계 개선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상호신뢰의 추락이다. 남북 정상 간 회담을 공개해버리면 북한 측에서 남측 정부의 교섭 의지를 믿을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전문가는 “국정원이 공개를 했다고 하더라도 북한은 청와대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다”며 “박 대통령이 신뢰 프로세스 이야기를 한다고 북한이 신뢰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위기에 몰렸다는 말도 나온다. 김근식 교수는 “남북 신뢰 프로세스는 약속의 이행을 요구하는 거였는데 그걸 우리가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북한은) 한반도 불신 프로세스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도 “신뢰 프로세스가 남북의 정상적 관계를 통해서 작은 통일을 이끌고 가겠다는 것인데 이게 무슨 신뢰냐”면서 “신뢰 프로세스가 결국 대결 프로세스가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방중에서 북한의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한·중 간 협력과 공조를 다져 북한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진정성있는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록 공개가 이 같은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북한이 대화록 공개를 빌미로 ‘역공세’를 펼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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