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정원 단독 행동” 선 긋기… “책임은 국정원이 지면 된다”

2013.06.24 22:16 입력 2013.06.24 23:57 수정

크고 민감한 사안… “청와대와 교감 없이 불가능해”

박 대통령 ‘댓글 규명’ 언급 뒤 국정원서 전격 공개

청와대는 24일 국가정보원의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대해 국정원의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을 두고 공방을 벌일 때처럼 공식적으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지시나 개입 없이 그렇게 민감한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는 최근 정상회담 회의록을 둘러싼 논란과 거리를 둬왔다. 앞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사전에 회의록 발췌본을 열람한 것을 두고 밖으로는 “청와대가 허락할 문제가 아니다. (공개) 책임은 국정원이 지면 된다”(고위 관계자)는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이 전 대통령의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는 데 청와대가 전혀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따른 남북관계·외교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면 남재준 국정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단독행동을 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야당이 거세게 반발할 게 뻔하고, 남북관계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데 국정원이 이처럼 큰 사안을 청와대와 교감 없이 혼자서 공개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더구나 국정원의 회의록 공개 결정 발표는 박 대통령의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힌 직후에 나와 둘 사이에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예정돼 있던 박 대통령의 27~30일 방중 일정 브리핑을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하루 연기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개입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국정조사 요구’ 서신에 대한 답변에서 “그래도 국정원에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정원 댓글 사건’이라고 명시는 했지만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 관련 문제들”이라고 언급한 것을 보면 NLL 문제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대선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은 아예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15일 유세에서 “참여정부가 정말 안보를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데 유능했다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 시 NLL 발언을 공개해서 확인하면 된다”며 “나라를 지키는 데 유능했다고 얘기하면서 남북정상회담록 공개를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말했다. 회의록 공개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이번에 작용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NLL 회의록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다”라며 “국가정보원법과 국회법 조항에 따르기만 하면 (열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국정원이 이처럼 의혹과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NLL 회의록 공개를 결정한 데에는 이 문제를 빨리 털고 가자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미 언론을 통해 찔끔찔끔 공개됐으니 이 문제를 털고 빨리 넘어가자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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