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국정원 댓글 사건, 의혹 밝힐 필요 있다”

2013.06.24 22:17 입력 2013.06.24 23:28 수정

“국정조사 실시·절차 등은 국회가 논의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 “국정원에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국정원 관련 문제들에 대해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7일 중국 방문 이전 국정조사 실시 수용 촉구’ 서한을 보낸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국정조사 실시 등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절차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회가 논의해서 할 일”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전혀 알지도 못한다”면서 “대선 때 국정원이 어떤 도움을 주지도,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김한길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국가정보기관의 대선개입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국기를 뒤흔드는 헌정파괴 행위”라면서 “상황이 엄중함에도 집권 여당은 여야가 합의해놓은 국정조사마저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을 흔들기 위한 국정조사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바로세우기 위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며 “이제는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언급에 대해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엄중한 국기문란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치고는 상당히 실망스럽다”며 “대한민국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고,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 많은 국민들의 인식 수준과도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문제의 본질은 대통령이 불법 대선행위에 직접 관여했느냐 하지 않았느냐가 아니다”라며 “선거개입 사실이 확인된 경찰과 국정원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책임 표명을 하고 또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민주당의 잇단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 요구에 “정쟁에 대응하지 않는다”(관계자)는 방침 아래 일절 침묵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국정조사 수용 촉구’ 서한을 받으면서 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입장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기소된 만큼 그에 따른 국정조사를 현실적으로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이 지난 3월 국정조사에 합의한 것도 이 같은 입장 표명에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학가에서 시국 성명 발표가 잇따르는 등 국민들의 국정조사 등을 통한 진상 규명 요구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실제 국정조사가 조속히 실시될지는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국정원 여직원 ‘감금’과 국정원 전직 직원의 정보 유출 과정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를 받아야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한 원론적 입장 표명으로 상황을 비켜가면서 사실상 새누리당을 통해 국정조사를 회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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