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행 무시, 국제사회 입지 좁아질 듯

2013.06.24 22:20

“정상 대화 공개” 신뢰 추락

주변국에 치명적 약점 잡혀

국가정보원의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는 한반도 주변국 등과의 외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고 수준의 외교행위인 정상회담 회의록 전면 공개는 외교적 관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고, 설사 공개하더라도 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수십 년의 기간을 두면서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외교적 관례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국내 정치권의 정쟁 속에 정상 간 대화 내용이 공개된 것은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뢰도 추락이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회의록 공개가 미국과 중국 등 다른 나라와의 정상외교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이 정상회담의 기밀성과 상호신뢰의 원칙을 깨버린 선례를 남긴 만큼 다른 나라와의 정상회담이나 협상에서도 한국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북한과의 정상회담도 국가 간 정상회담이기 때문에 다른 외국 정상회담과 같이 봐야 한다. 한·중 회담, 한·미 회담 등에서 신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국내 정치적 이유로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면 한국은 정상회담을 언제든지 공개할 수 있는 나라라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며 “그러면 북한뿐 아니라 우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다른 나라들도 속깊고 내밀한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생긴다”고 올렸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주변국과의 협력·공조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전문가는 “미국이나 중국이나 다 우리를 만만하게 볼 것”이라며 “결국 주변국에 얕잡아 보이고 약점을 잡히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장 오는 27일부터 시작되는 한·중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한·중 정상회담도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며 “시진핑 중국 주석도 미국이나 북한, 동북아에 관련된 얘기를 할 건데 이게 공개될 수 있다면 허심탄회한 정상회담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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