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국정원 사건’ 보도, 간부·국정원 압력으로 축소·중단 ‘파행’

2013.06.24 22:16
김형규 기자

MBC ‘2580’ 간부가 방송 저지

국정원, 기자에 입장 반영 요구

노조 “정권 코드 맞추기” 비난

국가정보원의 불법 선거 개입에 따른 파문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주요 방송들이 관련 내용을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잇따라 축소하면서 현 정권과 ‘코드’를 맞추기 위한 편향적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MBC의 대표적 시사 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 2580>의 지난 23일 방송은 애초 예고한 국정원 관련 아이템이 누락된 채 전파를 탔다. 통상 세 가지 아이템으로 40여분간 방송되던 프로그램은 이날 국정원 관련 기사가 빠지면서 23분여 만에 끝나는 파행을 빚었다. 해당 기사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와 최근의 논란 등을 다룰 예정이었다.

국정원 아이템 불방 사태는 심원택 시사제작2부장이 “해당 기사가 편향됐다”고 주장하며 독단적으로 방송을 막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심 부장은 제작 과정에서 해당 프로그램의 데스크에게 “이번 사건은 전·현직 국정원 직원과 민주당이 결탁한 더러운 정치공작이고 검찰 수사 결과도 믿을 수 없다”며 “편향된 검찰이 정치적 의도로 편파 수사를 했다는 점을 기자가 지적하지 않으면 방송을 허락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매거진 2580> 소속 기자들은 24일 성명을 내고 “불방 사태의 책임은 아이템 선정단계부터 취재를 방해한 심 부장에게 있다”며 “이미 여러 차례 편향된 주관과 독선으로 기자들과 마찰을 빚어온 심 부장을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관련 단독 기사를 방송 중단시켜 논란을 빚었던 YTN에서는 국정원 직원이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YTN은 국정원이 운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SNS 계정이 박원순 서울시장 비방글 등 2만건을 남겼다는 내용의 기사를 새벽 뉴스 때부터 보도했지만 오전에 돌연 중단했다.

YTN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해당 리포트의 방송 중단 지시가 내려지기도 전에 이미 국정원 직원이 보도국 내부 회의 내용을 파악하고 기사를 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국정원 입장을 반영할 것을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는 명백한 언론 통제이고 민주주의의 유린행위”라고 비판했다.

MBC와 YTN은 지난 21일부터 서울 광화문 등지에서 이어지고 있는 시민들의 국정원 선거 개입 규탄 촛불집회를 이틀 동안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KBS는 해당 소식을 단신으로 처리하거나 주목도가 떨어지는 아침 뉴스 시간대에 보도했다. SBS는 지난 23일 저녁 메인뉴스에서 진보와 보수 시민단체의 도심집회 소식을 같이 다뤘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국가정보원의 불법적인 선거 개입은 민주주의 파괴와 헌정질서 문란이라는 점에서 범국민적 관심사임에도 방송사들의 보도 행태는 오히려 국정원의 선거 개입 문제를 축소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하다”며 “축소 보도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방송사 경영진과 간부들의 그릇된 행태를 낱낱이 파헤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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