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30년 보존연한 불구 6년 만에 “기밀 가치 상실” 주장

2013.06.24 22:35 입력 2013.06.24 23:49 수정

공개 이유 합당한가

스스로 법·규정 자의적 적용… 비판 못 면해

국가정보원이 24일 국론 분열과 여야 요청을 이유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공개한다고 했지만 공개 사유부터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을뿐더러 상황과 가치 판단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은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에 대한 조작·왜곡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여야의 강력한 요구로 전문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이 요구한 대화록은 대통령기록물보관소에 있는 원본이다. 국정원에 보관된 정상회담 대화록 실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국정원 회의록이 공개되었어도 여전히 실체·진위 논란을 피해갈 수 없는 셈이다.

<b>공개된 문제의 회의록</b> 국가정보원이 24일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배포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표지. | 연합뉴스

공개된 문제의 회의록 국가정보원이 24일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배포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표지. | 연합뉴스

야당이 공개를 요구했다는 국정원 주장도 야당의 원문 수령 거부와 반발을 감안하면 사실과 전혀 다르다.

국정원은 또 공개 이유로 ‘6년 전 내용이 현 시점에서 국가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오히려 회담 내용 진위 여부에 대한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국가안보에 심각한 악영향이 초래됨을 우려했다’고 했다. 하지만 국론분열 자체가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 열람·공개에서 촉발됐다. 동시에 국정원 스스로 일정 시간이 지나 국가안보에 심대한 영향이 없다고 하곤, 바로 국론분열로 ‘안보에 심대한 악영향이 초래’된다는 모순된 주장을 내놓고 있다.

외교부 등 다른 부처가 타국과 정상회담 등 기록들을 30년씩 기밀 보존연한을 지정해 철저히 지키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다른 부처 사례에 비춰 6년 만에 기밀 가치를 상실했다는 국정원 판단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

8쪽으로 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발언 발췌본. | 박민규 기자

8쪽으로 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발언 발췌본. | 박민규 기자

국정원이 밝혔듯 대화록 전문은 2급 비밀문서로 관리됐다. 통상 1급 기록물의 비밀보호기간은 30년이다. 2급 기록물의 비밀보호기간도 10~15년 정도다. 그 점에서도 6년 만에 기밀가치가 없다고 주장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정원 스스로 법·규정을 자의적으로 적용한 것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전문과 발췌본 관리 방식이 다른 점도 의아하다. 국정원은 지난 20일 새누리당 정보위 소속 의원들에게 공개한 발췌본을 두고 ‘비공개기록이지만 비밀기록은 아니다’라고 했다. 전문은 2급 비밀기록이고 발췌본은 비밀기록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