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정상 회의록’ 무단 공개… 정치·외교적 파장

2013.06.24 22:39 입력 2013.06.25 00:26 수정

규정·관행 무시, 야당과 합의 없이 전문·발췌문 배포

민주 “정치 개입 은폐 범법행위…법적 책임 물을 것”

국가정보원이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2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전격 공개했다. 정상 간 회의록을 비밀로 묶어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과 관행을 무시한 데다 야당과의 합의절차도 없이 단독으로 공개를 강행했다. 국정원이 국가 정보기관으로서의 임무를 저버리고 정치개입 진상을 밝히라는 여론을 덮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비밀 생산·보관 규정에 따라 2급 비밀인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공개한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가 지난 20일 회의록 발췌본을 열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북방한계선(NLL) 발언과 관련해 조작·왜곡 논란이 지속 제기될 뿐 아니라 여야 공히 전문 공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2007년 남북정상회담 직후부터 NLL 관련 논란이 제기되며 지난 6년간 관련 내용 상당부분이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공개돼 있어 비밀문서로 지속 유지해야 할 가치도 상실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어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103쪽 분량의 회의록 전문과 8쪽의 발췌문을 제공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24일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대책회의를 마치고 나오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왼쪽 사진).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가정보원의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 공개 결정에 대해 수령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오른쪽 사진).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24일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대책회의를 마치고 나오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왼쪽 사진).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가정보원의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 공개 결정에 대해 수령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오른쪽 사진).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그러나 민주당 소속 정보위원들은 정보공개를 법적 절차를 무시한 무도한 일이라며 회의록 수령을 거부했다. 민주당은 특히 이번 회의록 공개를 “(국정원의 정치개입이라는) 국기문란을 은폐·축소하기 위해 자행한 새로운 국기문란”이라며 가장 강력한 법률적 대응과 함께 국정조사 관철을 위해 총력전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 국정원 진상조사 특위 위원장인 신경민 최고위원은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이 아무 사전 조치 없이 독자적으로 문건을 공개했다면 이는 쿠데타에 해당한다”면서 “그렇지 않고 배후지시를 받아 행동했다면 배후가 누군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이번 공개는 기밀 문서인 정상회담 내용을 자의적으로 ‘일반 문서’로 전환해 공개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남북관계 악화 및 주변국과의 외교관계 악영향을 무릅쓰면서까지 공개해 국익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대선 개입 사건의 국정조사 요구가 커지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국내 정치에 전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전문 공개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고심 어린 결단” “합법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정원이 제공한 회의록 전문의 일반 공개는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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