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는 바보들” “대역행위…불사의 결단” 극우단체 격문 같은 두 재판관의 의견

2014.12.21 22:18 입력 2014.12.21 22:29 수정

보충의견 낸 안창호·조용호

헌법재판소가 지난 19일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하면서 내놓은 347쪽짜리 결정문에는 김이수 재판관의 소수의견과 더불어 안창호·조용호 재판관이 내놓은 20쪽짜리 보충의견이 달려 있다. 8 대 1로 다수·소수의견이 확실하게 갈린 사안에서 다수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별도의 보충의견을 낸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그렇지만 두 재판관의 보충의견은 형식의 이례성보다 표현의 ‘선정성’이 더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사용한 비유와 단어들은 권위 있는 기관의 절제된 표현이라기보다는 극우보수단체의 ‘격문’을 연상시킨다는 평이 나온다.

안창호·조용호 재판관은 “로마제국은 내부의 분열과 혼란 때문에 멸망한 것이 아니라 번영 때문에 붕괴했다는 것이 몽테스키외의 통찰”이라면서 도전과 갈등이 조절시스템이 지탱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가면 국가를 위기에 몰아넣고 ‘멸망’으로 치닫게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당 측의 주장을 비판하며 ‘피음사둔(피淫邪遁)’이라는 맹자의 고사를 동원했다. 두 재판관은 ‘번드르르한 말 속에서 본질을 간파해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주장과 주의 속에 도처에 숨겨진 함정과 그물에 방심하면 자칫 당하기 쉬운 것”이라고 했다.

안창호 재판관, 조용호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조용호 재판관

두 재판관은 “그들의 가면과 참모습을 혼동하고 오도하는 광장의 중우(衆愚·어리석은 대중), 기회주의 지식인·언론인, 사이비 진보주의자, 인기영합 정치인 등과 같은, 레닌이 말하는 ‘쓸모 있는 바보들’이 되지 않도록 경계를 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두 재판관은 진보당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전복을 꾀했다면서 “존립과 생존의 기반을 파괴하는 소위 대역행위”라고 규정하고 “불사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들은 “뻐꾸기의 알을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를 한 뱁새는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게 되지만, 둥지에 있는 뻐꾸기의 알을 그대로 둔 뱁새는 역설적으로 자기 새끼를 잃고 마는 법”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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