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남 피살

김정은, ‘잠재적 권력 위협’에 이복형 제거 직접 지시 가능성

2017.02.14 23:27 입력 2017.02.24 14:19 수정

김정남, 북한 정권에 쓴소리…살해 위기감에 최근 잠행

중, 급변사태 대비 ‘대안카드’로 보호…북·중 관계 영향

1981년 8월 평양에서 촬영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남(왼쪽 사진), 2001년 5월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강제 퇴거당할 당시 김정남(오른쪽 사진). | 연합뉴스

1981년 8월 평양에서 촬영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남(왼쪽 사진), 2001년 5월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강제 퇴거당할 당시 김정남(오른쪽 사진). | 연합뉴스

김정남이 피살당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를 잠재적 권력 위협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해외를 떠도는 낭인이었지만 김정은의 지시 없이 최고 지도자의 혈육을 공작 살해할 만한 세력은 북한에 없기 때문이다.

김정남은 2009년 권력 후계구도에서 김정은에게 밀려난 뒤 계속 신변에 위협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권력을 잡은 뒤에도 이복형인 김정남을 잠재적 권력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김정남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사망했을 때도 평양에 가지 못했다.

특히 김정은이 정권을 장악한 뒤 북·중관계가 삐걱거릴 때 중국이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은 것이 김정은을 불안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 김정남을 김정은 대안으로 권력의 중심에 앉히기 위해 보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김정남 피살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북·중관계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북한 내부에서 김정남의 후견인 역할을 하던 ‘친중파’ 장성택이 2013년 김정은에 의해 처형된 것도 김정남의 존재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있었다. 당시 북한이 장성택을 ‘정변을 꾀한 역적’으로 지칭한 것도 김정남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정은으로서는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김정남을 반드시 제거해 ‘후환’을 없애야 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김정은이 권좌에 오른 직후인 2010년 김정남은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의 암살공작에 의해 생명의 위협을 받은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과 김정남의 사이는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김정은의 ‘혈통 콤플렉스’가 크게 작용한 듯하다. 김정은의 어머니인 고용희는 재일교포 출신으로 김정일의 세 번째 부인이다. 이와 달리 김정남은 김정일의 장남으로 아버지와 조부 김일성의 사랑을 받고 자란 정통 백두혈통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혈통을 중시하는 북한 내부 권력 분위기 속에서 상대적 열등감을 가진 김정은이 성장 과정에서 이복형에 대해 반감과 두려움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하다”며 “자신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백두혈통의 적장자가 통제권 밖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김정은에게는 커다란 위협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남이 평소 김정은과 북한 정권에 대해 아낌없이 쓴소리를 한 것도 북한을 크게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8월에는 실패한 북한의 화폐개혁과 천안함 사건을 김정은이 주도했다면서 아버지 김정일이 이를 묵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밝힌 것이 공개되기도 했다.

북한 전문가인 고미 요지(五味洋治) 도쿄신문 편집위원이 2004년부터 2012년까지 8년에 걸쳐 이뤄진 김정남과의 인터뷰를 묶어 출간한 <아버지 김정일과 나>라는 책에도 김정은에 대한 비판이 곳곳에 들어 있다. 김정남은 인터뷰에서 김정일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택한 것에 대한 불만과 우려를 나타냈다. 김정남은 “북한이 중국 모델을 받아들여 개혁·개방을 하지 않으면 북한은 망한다. 하지만 개혁·개방을 하면 김정은이 망한다”고 했다.

김정남은 좁혀오는 살해 위협을 피하기 위해 최근 잠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신병 치료차 싱가포르를 방문했던 고모 김경희로부터 북한의 살해공작 가능성이 있으니 몸조심하라는 경고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대북 전문가는 “인권·핵 문제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커지고 북한 레짐체인지(정권교체)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북한으로서는 잠재적 위협인 김정남을 제거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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