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결국 자진사퇴

2013.02.13 22:00 입력 2013.02.13 23:27 수정

“박 당선인 의중 반영” 시각… 후임 목영준·김영란 등 거론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13일 사퇴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후 국회 본회의 표결을 요구하며 버티던 이 후보자가 결국 물러난 것이다. 국회 표결이 불가능해지고 여권에서도 반대 기류가 분명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13일 오후 ‘사퇴의 변’이라는 제목으로 “인사청문과 관련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헌재소장 후보자직을 사퇴한다”고 출입기자들에게 e메일을 보냈다. 단 두 문장이었다. 그는 이날 오후 6시30분쯤 헌법재판소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퇴 보도자료 배포를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에도 자진사퇴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지난달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기 위해 청문회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지난달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기 위해 청문회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이 후보자의 사퇴는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지 41일 만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24일 여야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되고 사실상 낙마가 기정사실화된 후에도 버티기로 일관했다. 그 사이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은 서로 인사에 책임이 없다면서 공방을 벌였다.

이 때문에 한때 여권에선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한 거취 정리 주장이 제기됐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표결을 주장했고, 박 당선인도 새누리당 연석회의에서 “법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통해 표결이 이뤄지는 민주 국회, 상생의 국회가 되도록 여야가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이날 사퇴는 전격적이었다. 이 후보자 스스로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거론한 것을 보면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 같다. 새누리당에서 민주통합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찬성을 위해 ‘달래기용’으로 이 후보자를 압박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면서 “정부조직법과 관련해서 민주당을 설득하기 위한 카드였다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각종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오던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13일 후보를 사퇴하며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 | 연합뉴스

각종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오던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13일 후보를 사퇴하며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 | 연합뉴스

후임 헌재소장은 박 당선인의 취임 후 지명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명박 대통령의 후임 지명 가능성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헌재 소장이 지명되고 최종 통과되려면 국회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본회의 임명동의안 의결 등을 거쳐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인선을 하려면 최소한 다음달 중반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헌재소장 공백 사태는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헌재소장 후보로는 역시 헌법재판관 출신 법조인들이 꼽힌다. 목영준 전 재판관, 민형기 전 재판관, 이공현 전 재판관이 일단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목 전 재판관은 이 후보자의 발목을 잡았던 특정업무경비가 문제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이동흡 후보자를 헌재소장으로 낙점할 때 경쟁했던 목 전 재판관을 배제했다는 말이 있다.

대법관 출신 가운데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57)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최근 헌재의 위상이 급격히 약화된 상황에서 여론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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