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입증 실패 대비 ‘내란선동’ 혐의 추가

2013.09.02 22:32

수사 지휘 검찰의 판단 작용

실질 위험성 입증돼야 가능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51)에 대해 내란음모 혐의 외에 ‘내란선동’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국정원이 이 의원에 대해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하지 못할 것에 대비해 안전판을 마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내란선동 혐의도 적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2일 국회에 제출한 이 의원의 체포동의요구서를 보면, 국정원은 이 의원에게 내란음모 혐의와 함께 내란선동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 제90조는 내란 예비·음모 외에도 내란을 선동 또는 선전한 사람도 처벌토록 하고 있다. 처벌 수위는 내란음모와 선동 모두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국정원이 이 의원 등에게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한 결정적 근거는 지난 5월12일 열린 ‘RO’ 회의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 등이 ‘한반도 전쟁 발발 시 국가기간시설을 파괴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하려면 국헌을 문란하려 했다는 뚜렷한 목적, 내란을 일으키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 실행능력, 그에 따른 실질적 위험성이 입증돼야 한다.

5월12일 회의 내용만으로는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이 의원은 5월12일 회의의 성격에 대해 “단순히 당원 모임에서 강연한 것일 뿐”이라며 내란음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국정원이 이 의원의 혐의에 내란선동을 추가한 것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내란음모와 달리 내란선동은 다소 포괄적인 개념이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없더라도 조직원들에게 말과 행동으로 내란을 조장하면 적용이 가능할 수 있다. 국정원이 이 의원에게 내란선동 혐의를 추가 적용한 데는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검찰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혐의를 적용하건 ‘내란’의 꼬리표를 붙여 이 의원을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호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선동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도 내란을 일으킬 만한 실질적 위험성이 입증돼야 한다”며 “5월12일 회의 내용만으로는 혐의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은 홍순석 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과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 등 구속된 진보당 관계자 3명을 7일쯤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게 적용된 형법상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제7조 1항(찬양·고무 등) 위반 혐의 피의자 경우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구속 수사기간이 10일로 한정돼 있다.

국회에 체포동의요구서가 제출된 이석기 의원의 경우 국회 표결 여부에 따라 구체적인 수사 일정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3일 오후부터 표결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까지 국정원이 수사를 주도하고 검찰이 지휘하던 구도에서 벗어나 이번 주말부터는 국정원과 검찰이 본격적으로 공동수사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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