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21세기 국회가 3세기 전만도 못해”

2013.09.02 22:29 입력 2013.09.02 22:55 수정

“당신의 말할 권리 위해…” 철학자 볼테르의 말 인용 여야 의원에 입장 재고 호소

“당신의 말에 공감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의 말할 권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

형법상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51)은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보고되기에 앞서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의 말을 인용해 입장 재고를 호소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범죄 혐의는 내란음모인데 체포 사유는 사상검증이자 마녀사냥이다. 21세기 대한민국 국회가 3세기 전만도 못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5월12일 RO(혁명조직) 모임 녹취록을 보면 강연에서 무력투쟁을 강조하고 북한 용어를 많이 썼다’는 질문에 “강의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입말이다. 전체 기조나 분위기가 중요한데 몇몇 단어를 짜깁기해 무력투쟁이니 북의 용어가 많은 것처럼 교묘하게 조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회를 혁명투쟁의 교두보로 삼겠다고 했느냐’고 하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적법절차에 따라 왜곡·날조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민을 믿고 당당히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국회 본회의 직전까지 의원회관 사무실과 지도부 회의가 열린 오병윤 원내대표 방만 오가며 두문불출했다. 본회의장 출발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체포동의안에 적시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강연 내용 중) 내란음모는 한 건도 없다. 총이 있느냐, 무기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본회의 직후에는 국회 본관 정문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이정희 대표 곁으로 다가가 손을 꼭 붙잡으면서 눈인사를 했다.

남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 빨간색 넥타이 차림의 이 의원은 본회의 도중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 등 모든 절차를 다른 의원들과 똑같이 따랐다. 간혹 옆자리의 김미희·이상규 의원 등 동료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앞서 진보당 전국지역위원장들은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포동의안 결사반대’ ‘내란음모 조작 국정원 해체!’라고 적힌 손팻말을 흔들었다. 일부 당직자들은 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린 예결위 회의실 앞에서 의원들에게 ‘내란음모가 아니라 사상검증 마녀사냥입니다’라고 적힌 유인물을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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