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 “배 침수” 보고받고 학부모엔 “전원 구조”

2014.04.16 22:00 입력 2014.04.16 22:20 수정
안산 | 경태영·권순재 기자

단원고, 교육청 보고 1시간 뒤에야 부모에 통지

“구조” 문자메시지에 속은 학부모들 거센 항의

경기 안산 단원고는 16일 오전 8시10분쯤 제주해경으로부터 ‘오전 8시30분 항구에 도착하기로 한 세월호와 연락이 안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어 오전 8시50분쯤 학생들과 동행했던 강민규 교감으로부터 ‘배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상황보고를 받은 데 이어 5분 뒤 ‘침수가 시작됐다. 배가 좌측으로 기울고 있다’는 사고 사실을 통보받았다. 강 교감은 오전 9시16분쯤 다시 김진명 교장에게 전화로 ‘배가 15도 정도 기운 상태로 정지돼 있다’고 재차 보고했다.

그제야 대책반을 구성한 단원고는 강 교감으로부터 “해경이 출동했고 승선자 전원이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전달받자 위험한 상황임을 인지했다.

<b>구조자 명단 살펴보는 학부모들</b> 수학여행길에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침몰 사고를 당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와 가족이 16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 앞에 설치된 구조자 알림판을 살펴보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구조자 명단 살펴보는 학부모들 수학여행길에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침몰 사고를 당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와 가족이 16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 앞에 설치된 구조자 알림판을 살펴보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오전 9시30분 경기도교육청에 전화로 사고 내용을 보고한 단원고는 15분 뒤 현장에서 5명이 헬기로 구조됐다는 내용을 통보받고도 5분이 더 지난 9시50분이 돼서야 학부모들에게 사고를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배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는 교감의 전화 보고를 받은 지 1시간여 만이다.

이 때문에 배에 타고 있던 자녀나 언론보도를 통해 사고 내용을 먼저 알게 된 학부모들은 학교 측의 늑장 통보에 거세게 항의했다.

한 학부모는 “오전 9시30분쯤 아들과의 통화로 사고 사실을 직접 전해들었는데 학교는 한참 뒤에야 사고 사실을 알려왔다”며 “학교는 교육청에 알리기 전에 학부모에게 가장 먼저 알렸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원고 관계자는 “학교 입장에선 상황을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사고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느라 학부모 통보가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또 경기도교육청과 학교 측은 한때 ‘전원 구조’라고 학부모들에게 공지를 했다가 취소해 물의를 빚었다. 경기도교육청은 오전 11시9분쯤 출입기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고 통보했다. 오전 11시25분쯤에는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해경 공식 발표’라고 2차 공지까지 했다.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긴급대책반’이라는 제목의 일지형 보고자료에도 ‘11시2분 학생 전원 구조, 11시4분 교육부 구두보고, 11시12분 학생 전원 구조, 학부모에게 연락 완료’라고 기재돼 있다.

앞서 단원고 측도 오전 10시5분쯤 일부 학부모에게 120여명이 구조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학교로 몰려온 학부모들에게도 구두로 “오전 11시5분쯤 모두 구조됐으니 안심하라”고 알렸다.

그러나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정오쯤 공식 발표로 구조자 중 사망자가 있다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후 1시30분쯤 2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생사 불명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학생들이 모두 구조된 것으로 파악했으나 다시 해경이 구조 중이라는 통보를 해왔다”고 번복하며 공지 내용을 취소했다. 학교로 몰려온 학부모 300여명은 ‘전원 구조’ 소식에 한때 안도하거나 환호했다가 ‘구조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오열하며 거칠게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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