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오빠 잃고 혼자 떨던 5세 여아… 승객들이 안고 극적 탈출

2014.04.16 21:56 입력 2014.04.16 23:27 수정
진도 | 강현석·이종섭·정대연 기자

사망·실종 안타까운 사연

갑판 6명 구조, 선실 11명 실종… 환갑여행 동창들 엇갈린 운명

세월호에는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이 배에는 인천에서 제주도로 환갑 기념 여행을 가던 인천 용유초등학교 동창생 17명이 있었다. 이들은 2박3일 일정으로 봄을 맞은 제주도를 구경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로 친구들의 운명은 갈렸다.

사고 직전 갑판으로 나와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친구 6명은 다행히도 무사히 구조됐지만 11명의 소식은 아직 모르는 상황이다.

구조된 김모씨(60)는 “갑판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갑자기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 선실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침몰 속도가 빨랐다”면서 “난간을 붙잡고 버티다 겨우 헬기로 구조됐다”고 말했다.

안타깝게 숨진 단원고 2학년 정차웅군(17)은 수업태도가 바른 성실한 학생이었다. 담임인 김소형 교사는 정군의 노트에 “우리 웅이 수업 잘 듣는다고 쌤들이 모두 칭찬하시네♡ 앞으로도 열심히 파이팅♡”이라는 글로 열심히 공부하는 정군을 자주 응원했다.

3등칸에서 부모와 오빠를 잃고 혼자 있던 권지영양(5)은 승객에 의해 구조됐다. 김모씨(59)와 일행 4명은 망설임 없이 권양을 안고 기울어진 배를 오르기 시작했다. 김씨는 배가 기울어 바닥에 떨어지면서 머리를 다쳤으나 일행과 함께 서로 밀고 당기며 권양을 20m 이상 위로 밀어올렸다. 위쪽에 있던 한 여고생이 권양을 끌어올린 뒤 구조를 기다렸고 권양은 낮 12시쯤 목포한국병원으로 무사히 옮겨졌다. 권양은 이날 밤 늦게까지 부모가 나타나지 않자 불안에 떨고 있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극적으로 구조된 승객이 탄 배가 들어온 팽목항과 부상자들이 이송된 진도·목표의 병원 등은 하루 종일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오후 1시50분쯤 구조자들을 실은 배가 팽목항에 도착하자 구조자들은 넋 나간 표정으로 배에서 내려 진도실내체육관으로 이동했다. 구조자들은 아비규환의 현장을 빠져나온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물에 젖은 구조자들은 대부분 담요로 몸을 감싸고 있었고, 일부는 목과 다리 등을 다쳐 응급치료를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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