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자 368명” “160여명”… 오락가락 정부 발표

2014.04.16 21:56 입력 2014.04.16 23:47 수정

재난 대응시스템 ‘구멍’

중앙재난본부 ‘뻥튀기’, 해경·해수부 집계도 제각각… 비난 일자 책임 떠넘기기

전남 진도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후 정부의 구조자 숫자 발표가 오락가락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안전행정부가 구조자 숫자를 집계하고 있는 해양경찰청과 소통 착오를 빚으면서 정부의 재난대응 시스템이 허점을 드러냈다.

안전행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6일 오후 2시 공식브리핑을 통해 오후 1시30분 기준으로 여객선 탑승인원 477명 중 368명이 구조됐고 사망 2명, 실종 107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대본의 발표가 나온 후 1시간 만에 해양경찰청 측이 집계에 오류가 있다고 통보하면서 정부서울청사 중대본 상황실이 술렁였다. 해경은 실제 구조된 사람은 180여명이고, 나머지 승객 290여명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대본과 해경이 발표한 구조자 숫자가 200명 가까이 차이 난 것이다.

<b>구조자 명단 보고 ‘오열’</b> 16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 앞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구조자 명단을 살피며 오열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구조자 명단 보고 ‘오열’ 16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 앞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구조자 명단을 살피며 오열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취재진의 사실 확인 요청이 빗발치자 중대본은 오후 3시30분쯤 긴급 브리핑을 열어 “구조자 숫자를 확인 중”이라며 말을 바꿨다. 중대본 차장인 이경옥 안행부 제2차관은 “민간 어선과 군인 등 여러 주체가 동시다발로 구조하다보니 착오가 있었다”며 “해경 상황본부와 긴급히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상자 숫자가 변경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확인되는 대로 다시 말씀드리겠다”며 확답하지 못했다.

중대본은 첫 공식발표가 나온 지 2시간30분 만인 오후 4시30분에야 실제 구조자 숫자가 당초 발표한 숫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조자 숫자뿐 아니라 침몰 여객선의 전체 탑승인원도 당초 477명에서 459명으로 정정됐다. 이 차관은 브리핑에서 “해경 사고수습본부에 의하면 탑승인원은 459명, 구조가 164명, 사망이 2명, 실종이 293명”이라고 밝혔다. 당초 구조자 숫자를 368명으로 발표했던 것에 대해서는 “인솔교사와 아르바이트생, 후송선에 타고 있던 인원, 민간 어선이 구한 구조자 등이 이중집계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아버지에게 보내온 탑승사진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이 지난 15일 밤 인천항에서 아버지에게 찍어 보낸 여객선 탑승 사진. | 뉴시스

아버지에게 보내온 탑승사진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이 지난 15일 밤 인천항에서 아버지에게 찍어 보낸 여객선 탑승 사진. | 뉴시스

이 차관은 ‘사고 발생 시각이 언제냐’는 취재진 질문이 나오자 배석한 안행부 국장 등을 바라보며 허둥거리다가 “(확인한 뒤) 다시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오후까지도 중대본이 기본적인 사고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가 오후 5시20분쯤 정부서울청사로 돌아온 강병규 안행부 장관(중대본 본부장)은 “인명과 관련한 문제는 혼선이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걸려도) 세차례, 네차례 확인해서 정확한 정보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말바꾸기가 빚은 혼선에 대해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중대본과 해경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중대본은 ‘중대본과 해경 집계에 차이가 있었던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기본적으로 해경에서 받은 통계를 활용해 발표했다”고 말했다. 해경 측은 중대본이 정확한 확인 없이 섣불리 공식발표를 한 게 문제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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