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시민들 긴 한숨 “수학여행도 오리엔테이션도 못 보낼 나라… 달라진 게 없다”

2014.04.16 21:54 입력 2014.04.16 23:17 수정

“경주 체육관 붕괴 이어 또” 안전불감증 ‘인재’ 지적

“속보 경쟁이 오보 낳아”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사고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길전혁씨(32)는 “소식을 듣자마자 올해 초 있었던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가 떠올랐다”며 “그래도 처음에 사망자 2명이라는 말에 희망을 걸었지만 시간이 흘러도 실종자 수가 줄어들지 않아 부모들의 아픈 마음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대안학교에 재학 중인 최훈민씨(19)는 “들뜬 마음으로 떠난 수학여행에서 사고가 났다는 말을 듣고 몹시 슬펐다”며 “배에서 대피하는 방법 등을 제대로 알려줬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b>사고 직후 선실 대피 중인 학생들</b> 구조된 학생이 16일 올린 사고 상황을 찍은 42초 분량의 동영상 중 한 장면.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은 채 선반 아래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있다. |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사고 직후 선실 대피 중인 학생들 구조된 학생이 16일 올린 사고 상황을 찍은 42초 분량의 동영상 중 한 장면.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은 채 선반 아래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있다. |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사고 발생 후 오락가락했던 정부 발표도 도마에 올랐다. 자영업자 박종연씨(56)는 “천안함 때도 그랬지만 항상 사고가 난 뒤에 정부의 발표 내용이 엉망진창이다”라며 “처음에는 전원 구출했다고 해서 안심했는데, 총인원도 계속 바뀌고 실종자 수도 발표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면 초동 대처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재구씨(32)는 “처음에 유가족들이 걱정하지 않게 발표를 해놓고, 나중에 사망자 명단에 올라왔을 때 유가족들의 아픔은 몇 배가 됐을 것”이라며 “아무 상관없는 나도 뉴스를 보면서 갑자기 실종자가 늘어났을 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정부의 대처가 좀 더 신중하고 정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누리꾼들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애끓는 심정을 전했다. 누리꾼들은 “내 친구라고 생각해보니 눈물이 난다. 모두 구조되길 바란다” “수학여행 가다가 이게 무슨 참변이야”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글로 올렸다.

“왜 자꾸 이런 일들이…. 이 땅에선 애 수학여행도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가슴 졸이며 보내야 한단 말인가?” “방송에 나온 부모들의 모습을 보니 같은 부모로서 화가 나 참을 수가 없다”는 등 학부모들의 분노의 글도 이어졌다.

일부 방송에서 성급하게 보도한 “전원 구조됐다”는 내용이 오보로 밝혀지자 “속보 경쟁도 중요하지만 애끓는 부모들의 심정에 두 번 못을 박았다”는 항의 글도 적지 않았다.

지인들이 올린 글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제 친구가 거기에 있어요, 어떡해요” “제자 녀석들이 많이 있는데 어쩌지. 애들아 제발 무사하길…. ” “성당 학생이 수학여행 갔는데 제발…” 등 마음을 졸이며 걱정하는 친구와 스승의 글들이 잇따랐다.

관련기사

더보기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