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 입는다며 조금 전 통화했는데” 자녀 연락 끊기자 학부모들 오열…실신…

2014.04.16 22:01 입력 2014.04.16 23:27 수정

안산 단원고 표정

16일 오전 경기 안산 단원고. 진도 해상 여객선 침몰 사고에 학부모들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사고 소식을 전해듣자마자 학교로 몰려와 자식 소식을 애타게 기다렸다. 일부 학부모는 연락이 닿지 않는 자녀를 걱정하며 오열하다 실신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측이 마련한 교실과 대강당에서 사고 현장 상황에 집중했다. 하루 종일 시시각각으로 전해지는 소식을 들으며 그야말로 피가 마르는 듯한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구조된 아이들과 통화한 학부모들은 안심하면서도, 다른 부모들을 생각하며 기뻐하기보다는 다른 학생들의 안전을 빌었다.

<b>이름 못 찾은 부모의 눈물</b> 16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 도착한 경기 안산 단원고 실종 학생 부모가 생존자 명단에서 자녀 이름을 확인하지 못하자 오열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이름 못 찾은 부모의 눈물 16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 도착한 경기 안산 단원고 실종 학생 부모가 생존자 명단에서 자녀 이름을 확인하지 못하자 오열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아들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한 학부모는 “오전 9시30분쯤 아들과 통화했는데 ‘구명조끼를 입고 선상으로 모이고 있다’고 했다”며 흐느꼈다. 2학년 9반 이한솔군의 어머니 문미정씨(41)는 사고 소식을 듣고 직장에서 조퇴하고 학교로 뛰어왔다고 했다. 문씨는 “전날 수학여행 잘 다녀오겠다며 인사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면서 “제발 무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권식씨(53)는 “아들에게 어젯밤 9시쯤 구명조끼를 입고 선실에 누워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며 “연락이 되지 않아 속이 탄다”고 말했다.

학교 교무실 앞에 마련된 ‘구조 명단 게시판’에는 1반부터 10반까지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 329명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구조된 학생 명단은 눈에 잘 띄도록 색색깔의 형광펜으로 색칠을 해뒀다. 하지만 뒷반으로 갈수록 구조자 수는 줄었다. 10반의 경우 1명밖에 구조되지 않았다. 주황색 동그라미로 칠해진 이름까지 포함하면 구조된 학생은 모두 77명에 불과했다. 학부모들은 전지를 꽉 채운 이름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구조자 명단을 보면서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한 학부모는 “우리 애는 아직도 연락이 안되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학부모들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학생 한명이 숨졌다는 비보가 전해지자 학부모와 학교 측 모두 깊은 슬픔에 빠졌다. 숨진 학생의 부모는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오열했다. 단원고 학생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수학여행을 가지 않은 1, 3학년 학생들은 쉽게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았다. 한 학생은 “선배가 전화로 ‘배에 물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면서 “그 뒤 전화가 불통이 돼 아무리 전화해봐도 통화가 안된다며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일부 학부모들은 경찰과 학교를 상대로 구조자 명단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와 교사들 간 마찰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불안감을 견디지 못한 학부모 300여명은 낮 12시쯤 안산시청에서 마련한 버스 6대에 나눠타고 여객선 침몰 사고 현장인 전남 진도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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