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탐구-(1)가족

홍준표, 은행원에 반한 고시생…매일 1천원 뽑아 ‘구애’

2017.04.18 22:42 입력 2017.04.18 22:45 수정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아내 이순삼씨와 한 우산을 쓰고 걸어가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아내 이순삼씨와 한 우산을 쓰고 걸어가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무학, 문맹, 한량, 천민, 무지렁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63)가 자신의 부모를 가리켜 쓰는 말들이다. 홍 후보는 학창시절 도시락 대신 물로 배를 채웠고, 돈이 없어 사먹지 못한 단팥빵에 한이 맺힌 ‘흙수저’ 출신이라고 사석에서 밝혀왔다. 홍 후보의 가족들은 그가 초등학교 시절 손수레에 이삿짐을 가득 싣고 해마다 거처를 옮겨다녔다. 이리저리 떠도는 홍 후보의 가족을 동네사람들이 마치 유랑극단 쳐다보듯 했다는 게 그에겐 상처로 남았다.

홍 후보의 부모는 장사를 했지만 수완이 없어 늘 손해만 보기 일쑤였다고 홍 후보는 전한다. 아버지는 양은그릇과 누룩을 팔았고, 어머니는 집집마다 다니며 가발의 원재료인 달비 영업을 했다. 낙동강변의 거친 땅에서 땅콩도 재배해 봤고, 영 먹고 살 거리가 없을 때는 산에서 나무도 해서 팔았다. 홍 후보 부모와 세 누이의 지독한 가난은 그가 성인이 될 때까지도 계속 됐다.

“내 인생의 멘토는 이순신 장군도, 세종대왕도, 김구 선생도 아니고 내 엄마입니다.”(한국당 19대 대선후보 수락 연설) 홍 후보는 대중 연설에서도 어머니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 한평생 가난을 견디던 어머니는 홍 후보가 첫 국회의원 뱃지를 단 1996년에 세상을 떴다. 홍 후보 기억에 어머니는 연민 그 자체다.

홍 후보의 어머니는 문맹이었다. 홍 후보가 공부를 제대로 해보겠다며 경남 합천 집을 떠나 대구 영남중학교에 다닐 때, 어머니가 그의 월셋방에 들를 때면 어머니에게 버스 번호를 쓴 쪽지를 꼭 쥐어주곤 했다고 한다. 달비 영업을 하면서는 다른 장삿꾼들과 달리 남의 집에서 밥 한 그릇 얻어먹고 나오지 못할 정도로 요령이 없는 사람이었다. 홍 후보가 공사석에서 “제 어머니 같은 분이 좌절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는 나라를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말해왔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좀 더 건조하다. “아버지는 몰락한 한학자의 후예였다. 외가가 부잣집이었고, 아버지가 데릴사위로 들어왔다고 들었다. 그럼 잘 살아야 하는데, 아버지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한량의 길로 들어섰다. 매일 술판을 벌이고 유흥비 마련을 위해 논과 밭을 팔았다.”(<홍준표가 답하다>) 한 마디로 “무능한 가장”이었다. 그러면서도 “고루한 유학 관습에 사로잡혀”있고, “카리스마 하나는 절대적”인 아버지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홍 후보는 아버지의 정신이 곧았고, 사생활이 깔끔했다고 기억한다. 홍 후보는 대학 시절 당시 울산 현대조선소 야간 임시직 경비원이던 아버지가 영하 15도인 바닷가 백사장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모닥불로 몸을 녹이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 그가 젊은 시절 코미디언 공채를 준비했고, 옛 가요 500곡쯤은 부른다는 일화는 아버지 기질을 물려받았음을 짐작케 한다. 아버지는 1974년 병명도 모른 채 숨을 거뒀다. 어머니는 “너거 아버지는 술병으로 죽었다”고만 했다.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을 다니던 1976년 서울신탁은행 안암동 지점에 근무했던 지금의 아내 이순삼씨(62)를 만났다. 아내의 첫 인상은 “달덩이 같은 사람”. 만년고시생인 홍 후보에겐 매일같이 창구에 들러 1000원씩 인출하며 아내의 얼굴을 한번 보는 것이 큰 낙이었다. 첫 고백은 ‘무대뽀’였다. 장소는 고대 앞 라면집. “난 돈도 없고 군대도 갔다오지 않았지만 네가 좋다. 혹시 내가 좋거든 다음주 수요일까지 중앙도서관 4층 법대도서관 앞으로 온나.”(<변방>) 수요일이 오기도 전 월요일, 이씨는 빨간 코트를 입고 도서관 앞에 나타났다. 6년을 연애한 두 사람은 홍 후보가 사법고시에 합격한 1982년 말 결혼했다.

이순삼씨는 동대문을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 행사 등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홍 후보를 대신해 지역구 관리를 도맡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일화도 회자된다. 당시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이씨 등 새누리당 유력 정치인들의 부인들을 청와대로 불러 식사를 했다. 김 여사가 한 나무를 가리키면서 “남편이 대통령 되라고, 저 나무에 침을 발랐었다”는 취지로 말하자, 이씨 등 대부분 정치인의 아내들이 그 나무에 똑같이 침을 바르고 떠났다는 것이다.

부부 사이엔 두 아들 정석(36)·정현(34)씨가 있다. ‘우파 스트롱맨’인 아버지는 집에선 사뭇 다른 모양이다. 홍 후보가 고교 시절 머리카락 염색을 한 정석씨를 크게 혼냈는데, 정석씨가 군 입대를 앞두고 홍 후보에게 이 일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자 그가 결국 사과했다고 한다. 정현씨는 정치인 아버지가 부담스러워 “내 인생에 도움이 안된다”며 밖에선 ‘홍준표를 모른다’는 ‘자발적 홍길동’으로 살고 있다고 홍 후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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