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연료봉 핵분열 땐 방사성물질 쏟아져 ‘대재앙’

2011.03.16 22:01 입력 2011.03.16 23:56 수정

격납용기 없고 냉각수조 수위 낮아져 발열

연쇄반응 대비 감속재인 붕산 살포도 검토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4호기 원자로의 사용후 핵연료봉(폐연료봉)에서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제기됐다.

도쿄전력은 16일 4호기의 폐연료봉에서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핵분열 감속재인 붕산을 살포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4호기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도쿄전력의 발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4호기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원자로 옆에 있는 폐연료봉 저장 수조의 수위가 낮아져 폐연료봉들이 발열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11일 대지진으로 냉각시스템 작동이 멈춘 뒤, 폐연료봉 저장 수조 안의 물이 증발하면서 이미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기체가 상당량 유출됐을 것으로 보인다. 폐연료봉은 플루토늄239와 남은 우라늄235 등 강력한 방사성물질과 높은 열을 가지고 있다.

폐연료봉 핵분열 땐 방사성물질 쏟아져 ‘대재앙’

문제는 이 상황을 당국이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때 4호기에 자위대 헬기에서 물을 투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핵연료 손상 및 자위대원의 피폭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일단은 고압호스를 이용한 물 살포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핵분열 연쇄반응 가능성이 높아진다. 노심에 있는 연료봉은 온도가 올라도 바로 금속차단장치가 올라오기 때문에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지만 폐연료봉은 차단장치가 없기 때문에 열이 나서 불이 붙으면 자칫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폐연료봉 핵분열 땐 방사성물질 쏟아져 ‘대재앙’

만약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어날 경우 “가동 중인 원자로가 압력용기, 격납용기, 외부 건물 등 방어벽이 없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사태가 된다.

폐연료봉은 원자로 옆 상단에 위치해 별도의 용기가 없어 그대로 외부로 새어나온다. 더욱이 4호기의 경우 건물 외벽에 큰 구멍 2개가 뚫린 상황이다.

1997년 롱아일랜드의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BNL) 연구에 따르면 원자로 수조의 폐연료봉이 그대로 노출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반경 800㎞ 내 100명이 곧바로 숨지고, 종국적으로 13만8000명이 사망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1~3호기, 5·6호기 원자로에도 원자로 옆에 폐연료봉을 수조에 넣어 저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방사성물질을 방출하는 연료봉은 후쿠시마 제1원전 노심에 들어 있는 것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수십년간 사용한 핵연료 모두가 방출할 수도 있어 엄청난 양의 방사성물질이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폐연료봉 1760t이 6개 저장고에 저장돼 있다.

당장 16일 3호기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온 뒤 일본 자위대가 헬리콥터를 동원해 3호기 상공에서 대량의 물을 투하하려고 했으나 주변 방사선량이 많아 철수했다.

3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봉을 보관하고 있는 수조가 더 이상 냉각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판단, 이 같은 조치를 시도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원전 작동을 하지 않고 있던 5·6호기에서도 한때 온도가 상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당장이라도 정부가 최대한의 인력을 투입해 적극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사용후 핵연료봉(폐연료봉) = 원자로에 들어간 핵연료봉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효용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이때 원자로에서 끄집어낸 핵연료봉을 사용후 핵연료봉이라고 한다. 사용후 핵연료봉도 계속 발열을 하기 때문에 냉각 상태가 유지되지 못하면 폭발과 방사성물질 누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 노심(爐心) = 핵연료가 핵분열을 일으키는 원자로의 중심 부분. 핵연료봉과 함께 분열속도·노심온도를 제어하기 위한 감속재와 냉각재 등이 들어 있다.

▲ 노심 용해(meltdown) = 핵연료 과열 등으로 노심이 녹아내리는 현상. 내부 이상이나 외부 충격 등에 의해 원자로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해 주는 냉각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 압력용기 안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발생한다. 노심 용해는 압력용기나 격납용기, 원자로 건물 등의 파괴를 야기해 방사성물질을 외부에 대량 방출할 수도 있다.

▲ 격납용기 = 방사성물질 유출을 막기 위한 밀폐 구조물. 강철(내부)과 콘크리트(외부)의 2겹 구조로 돼 있다. 격납용기 안에는 노심이 있는 압력용기가 들어 있다.

▲ 방사능·방사성물질 = 방사능은 방사선을 방출하는 능력을 말한다. 방사능을 가진 물질을 방사성물질이라 부른다.

▲ 방사선 =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처럼 원자량이 매우 큰 원소는 상태가 불안정해 스스로 붕괴되면서 다른 원소로 바뀌는데, 이때 방출되는 입자나 전자기파를 방사선이라 한다. α(알파)선, β(베타)선, γ(감마)선 등이 있다.

▲ 시버트(Sv) = 생물체가 ㎏당 흡수하는 방사선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 1밀리시버트(mSv)는 1000분의 1 Sv, 1마이크로시버트(μSv)는 1000분의 1 mSv다. 허용기준치는 시간당 500μSv다. 통상 일반인이 1년 동안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양은 2400μSv 정도다.

▲ 반감기 = 일정량의 방사성원자핵이 처음 수의 절반으로 줄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 그 물질 고유의 성질이 없어져 안정화되는 척도가 된다.

▲ 세슘-137 = 우라늄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성물질. 반감기가 30년으로 길어, 한 번 누출되면 자연에 오래 잔존한다. 정상세포가 노출되면 암에 걸리는 등 치명적 피해를 볼 수 있다. 소량일 경우 프러시안블루라는 약물을 투여하면 인체 밖으로 빼낼 수 있다.

▲ 방사성 요오드 = 체내 갑상선에 달라붙어 갑상선암을 주로 일으킨다. 피폭 6시간 전까지 비방사성 요오드를 섭취하면 갑상선 침투를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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