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량 수치 급증… 원자로 ‘냉각 작업’ 중단

2011.03.16 21:56 입력 2011.03.16 23:52 수정
이인숙 기자

후쿠시마 1원전 잇단 사고… ‘최악’으로 가나

인포그래픽 | 성덕환·박지선 기자

인포그래픽 | 성덕환·박지선 기자

방사선량 수치 급증… 원자로 ‘냉각 작업’ 중단

후쿠시마 원전이 이제 통제 불가능한 상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소폭발 이후 과열된 원자로는 냉각작업이 어려운 상태에 접어들어 방사성 증기를 계속 뿜어내고 있다. 원자로 옆 수조에 보관 중인 사용후 핵연료봉(폐연료봉)에서도 잇단 화재 끝에 핵분열이 재개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방사능 재앙’이 우려되고 있다.

4호기는 ‘시한폭탄’이 돼버렸다. 16일 오전 15일에 이어 또 화재가 일어나더니, 핵분열이 재개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가동 중인 원자로 안에 들어가 있는 핵연료봉은 핵분열 및 연쇄 핵분열을 멈추게 하는 차단장치가 가동된다. 또 강철 압력용기와 두꺼운 콘크리트, 강철로 이뤄진 격납용기가 핵연료봉을 에워싸고 있다.

그러나 원자로 밖으로 꺼내진 폐연료봉은 핵분열이 다시 시작돼도 이를 제어할 아무런 장치도, 보호막도 없다. 이 4호기 폐연료봉들이 연쇄 핵분열로 이어져 폭발하는 것은 가장 끔찍한 ‘재앙’이다. 1~3호기처럼 방사성물질이 들어간 증기가 공기 중에 배출되고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4호기는 15일 폐연료봉이 보관된 수조에서 화재가 일어난 뒤 원자로 건물에 큰 구멍 두 개가 뚫린 상태. 도쿄전력은 16일 화재는 전날 화재가 완전히 진화되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30분 뒤 화염이 관측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완전히 진화됐는지 정확한 상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방사선량 수치 급증… 원자로 ‘냉각 작업’ 중단

1~3호기의 상태도 심상치 않다. 12일부터 냉각장치 이상으로 연쇄 수소폭발이 일어났던 1~3호기에서는 현재 원자로 안 핵연료봉이 상당한 수준으로 녹아내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핵안전기구 오고다 미노루 대변인은 방사선량 수치를 토대로 “1호기 핵연료봉의 70%가, 2호기 핵연료봉의 30%가 녹아내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역시 불안한 것은 2호기다. 16일 오전 제1원전 주변 방사선량이 급증한 것은 2호기가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2호기 원자로 내 압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 그 방증이다. 고온의 핵연료봉이 물과 반응하면서 나오는 방사성 수증기가 원자로 압력용기 안에 꽉 차 있다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밖으로 터져나왔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2호기 격납용기 일부에서 방사성물질을 띤 수증기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증기폭발 가능성을 내포하는 징후다. 우라늄 핵연료봉이 녹고 있는 고압의 원자로를 식히겠다고 무턱대고 바닷물을 넣었다가는 증기가 급증해 폭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2호기는 현재 격납용기 내 증기를 빼내 물로 응축시키거나 밖으로 배출시키는 압력제어실이 망가져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모든 가스를 꽁꽁 가둬야 하는 격납용기에서 방사성 증기가 계속 새나오는 것은 격납용기에 균열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16일 오전 3호기에서 흰 연기가 발생한 것이 원자로 윗부분에 보관되어 있던 폐연료봉이 과열돼 일어난 것인지, 2호기처럼 격납용기가 균열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둘 다 모두 위험하다.

방사선량 수치 급증… 원자로 ‘냉각 작업’ 중단

NHK는 일본 자위대가 3호기 상공에 헬리콥터를 띄워 대량의 물을 뿌리려 한 것은 3호기의 폐연료봉을 보관하는 수조가 더 이상 냉각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것이 맞다면 3호기도 4호기처럼 폐연료봉을 보관하는 수조의 냉각수가 말라 연료봉이 공기 중에 노출돼 과열되고 있다는 뜻이다.

폐연료봉 문제는 지진 전부터 가동이 중단돼 있던 4~6호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1970년대 건설된 후쿠시마 제1원전은 1~5호기 원자로 구조가 모두 같다. 원자로 격납용기 바로 아래 도넛 모양의 압력 제어실이 있고 원자로 윗부분에 폐연료봉을 저장하는 수조가 있다.

현재 1~3호기 원자로 내부 핵연료봉의 과열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자로 윗부분 폐연료봉마저 과열돼 화재가 일어나고 녹아내린다면 방사성물질의 유출 정도는 짐작하기 어렵다. 폐연료봉 수조 위를 덮은 건물도 연이은 수소폭발로 천장이 뚫리거나 외벽이 무너진 상태여서 일단 ‘사고’가 일어나면 방사성물질의 유출을 막을 만한 통제장치가 없다.

3호기에서 발생한 흰 연기가 폐연료봉의 문제가 아니라면 원자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일 수 있다. 2호기처럼 격납용기에 균열이 생겼을 가능성이다. 핵연료봉 용해가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원자로 내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수증기가 꽉 차 압력이 매우 높은 상태로 추정된다.

에다노 장관은 나머지 5~6호기에 대해서는 “4호기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고 착실하게 냉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4호기도 3호기 폭발로 펌프가 손상되면서 폐연료봉 수조에 제대로 냉각수를 넣지 못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후쿠시마 원전의 구조상 5~6호기는 문제가 일어난 1~4호기로부터 다소 떨어져 있어 연쇄폭발이나 화재로부터 직접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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