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현지르포

보조금 끊긴 조선학교 설상가상 “교실복구 막막”

2011.03.16 21:36 입력 2011.03.17 22:50 수정

서의동 특파원 센다이 도호쿠조선학교 르포

지진으로 크게 파손된 도호쿠 조선초·중·고급학교 교무실. | 서의동 특파원

지진으로 크게 파손된 도호쿠 조선초·중·고급학교 교무실. | 서의동 특파원

▲ 4층 건물 40㎝ 기우뚱 “총영사관에선 연락조차 없어…
연료 등 물자난 심해져 산중턱 버스 통학 못할판”

일본 도호쿠 지방 총련계 조선학교들이 일본당국의 보조금 지급 중단에 따른 재정난에 대지진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진으로 건물이 파손된 데다 물자난까지 겹쳐 학교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태다.

미야기현 센다이시 다이하쿠구 나가마치의 야산에 자리잡은 도호쿠(東北)조선초·중·고급학교는 지난 11일 지진으로 4층 건물이 40㎝가량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다. 16일 오후 학교 건물을 찾아가 보니 가로 1m·세로 60㎝가량의 오른쪽 지반이 10㎝가량 꺼져 있었다.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붕괴될 우려에 노출돼 있다. 건물 내부 바닥은 곳곳이 쩍쩍 갈라졌고 교무실은 폭격을 맞은 것처럼 책상과 의자, 책장 등이 뒤엉켜 있어 당시 상황을 실감케 했다. 초급부가 있는 2층도 교실마다 책꽂이와 의자가 넘어져 있었고, 벽과 기둥도 금이 간 상태다. 이후 몇 차례 비와 눈이 내리면서 물까지 새고 있다. 교사들이 쓰던 기숙사 4동 중 1개동도 지반이 내려앉았다. 현유철 교무주임(38)은 “여진이 한 차례 더 오면 무너질 가능성이 있어 건물 2층 이상에는 교사들도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지진 당시 초급(초등)부 18명, 중급(중)부 12명 등 전교생 30명과 교사 13명은 건물 밖으로 신속하게 대피해 다행히 다친 이는 없었다.

건물 붕괴 우려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물자난이다.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을 자동차로도 10분 정도는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산꼭대기여서 걸어서 통학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학교 측은 스쿨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시중에서 가솔린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처지여서 학기 중 버스운행에 차질이 빚어질까 고심하고 있다.

학교 측은 우선 오는 21일 열릴 예정인 졸업식을 27일로 미뤄둔 상태다. 끊긴 가스가 복구되지 않을 경우 학교급식에도 문제가 생긴다. 현재 주민대피소로 쓰이고 있는 학교식당에는 이웃 야마가타현의 총련계 교민들이 음식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연료부족으로 하루 2끼만 취사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학교 측은 다음달 6일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어떻게든 수업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파손되지 않은 기숙사동 일부를 교실로 개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총영사관에서 지원이 없었는지를 묻자 총련 관계자는 “센다이 동포들에게 조선학교에 보내지 말라는 압력이나 넣고 있을 뿐 지원은커녕 연락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건물 신축에 수억엔이 필요할 뿐 아니라 당장 기숙사 건물의 개조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한 형편이다. 게다가 미야기현은 이달 말까지 지급해야 할 학교보조금 지급을 특별한 이유 없이 미루고 있다.

김진홍 이사장은 “수십년 전부터 예산에 반영돼 매년 지급돼온 보조금을 지난해 말에 갑자기 재검토하겠다며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60만엔(약 2100만원)으로 크지 않은 금액이지만 한 푼이 아쉬운 학교로서는 현당국이 야속하기 짝이 없다. 윤종철 교장과 김진홍 이사장은 현청에 실태조사와 가건물 신축 등을 요청하는 서한을 이날 제출했다.

현 주임은 “재난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이 학교라도 맘놓고 다니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형편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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