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사고’ 매뉴얼 무용지물… 일본 정부는 뒷짐, IAEA는 늑장

2011.03.16 22:00

원전 관리 도쿄전력 의존… 연쇄 폭발 뒤 정부 나서

IAEA, 뒤늦게 언론 발표 “업계와 유착 탓”비판 일어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과 이에 따른 방사성물질 누출사고와 관련해 일본 정부 주도의 위기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원자력 관리의 국제적 책임이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마이니치신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작동하지 않았다고 16일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사고 원전 운영자인 도쿄전력과의 통합연락본부를 설치한 것은 대지진 발생 5일째인 지난 15일이었다. 이날 새벽 간 나오토 총리는 도쿄전력 본사를 찾아 ‘원전사고 대책 통합연락본부’ 회의를 소집, 도쿄전력을 정부 지휘 하에 두는 비상조치를 취했다. 이미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와 3호기가 폭발한 이후였다.

이날 이전까지 일본 정부의 대응은 도쿄전력에 의존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 12일 제1원전의 1호기가 최초로 수소 폭발했을 때 정부는 원자로 격납용기의 압력을 낮추려 했으나 도쿄전력이 방사성물질 누출을 우려해 난색을 표시하자 이날 밤이 돼서야 해수를 통해 냉각을 실시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원전 사고에 대한 대응을 도쿄전력 측에 맡겨 결과적으로 노심용해, 고농도 방사성물질 누출과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제적 우려를 불렀다는 것이다. 신문은 결국 정부와 도쿄전력 모두 원전 사고 대응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매뉴얼에 없는 ‘동시다발적인 상황’이 발생하면서 정부주도의 위기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15일 일본 원전 사고에 대한 IAEA의 대응이 비난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체르노빌 사고의 교훈을 무시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관한 사실을 늑장 발표했다는 이유에서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현장정화 임무를 맡았던 루리 안드레프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IAEA가 원자력 업계와 과도하게 유착하는 바람에 체르노빌의 교훈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안드레프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자력 업계는 자신들의 명성에 해가 될 것을 우려해 이를 감추려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체르노빌의 경험은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IAEA는 허울만 좋은 조직이라고 비판한 뒤 “항상 진실을 감추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한 IAEA의 언론 발표는 이미 일본 언론들이 보도한 지 몇시간이나 늦게 나왔다.

IAEA 측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IAEA의 역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반박했다. IAEA의 한 관계자는 가디언에 “IAEA는 이란·시리아 등의 사례처럼 불법적인 핵무기 활동이 의심될 때 조사를 요구하고,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는 등의 권한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독자적으로 조사를 할 권리나 회원국의 원자력 산업에 대해 비판할 권리는 없다는 설명이다.

늑장 발표 논란에 대해서는 발표할 정보에 대해 당사국과 함께 검증하는 작업을 사전에 거치게 돼 있는 국제 관행을 지키려는 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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