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자국민들에 “일본 떠나라”… 공항마다 북새통

2011.03.16 18:54 입력 2011.03.17 10:01 수정

방사선 공포에 中·프랑스 등 귀국 항공편 늘려

도쿄행 항공기 운항 중단·노선 변경 잇따라

<b>‘재앙의 땅’ 탈출 러시</b> 일본 거주 중국인들이 지난 15일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귀국하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도쿄 | 신화연합뉴스

‘재앙의 땅’ 탈출 러시 일본 거주 중국인들이 지난 15일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귀국하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도쿄 | 신화연합뉴스

“일본을 떠나라.”

도호쿠 대지진과 쓰나미 이후 원전 방사성물질 누출 위험마저 커지면서 각국 정부가 일본 내 자국민들에게 철수하라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보내고 있다. 도쿄의 나리타와 하네다 공항은 일본을 떠나려는 외국인들로 발디딜 틈이 없는 상황이다.

<b>방사선 치료제 판매 급증</b> 일본인들의 원전 폭발사고에 따른 방사선 피폭 피해를 막기 위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의약품인 ‘아이오딘화칼륨(요오드칼리)’. 텍사스(미국) | AP연합뉴스

방사선 치료제 판매 급증 일본인들의 원전 폭발사고에 따른 방사선 피폭 피해를 막기 위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의약품인 ‘아이오딘화칼륨(요오드칼리)’. 텍사스(미국) | AP연합뉴스

일본 주재 중국대사관은 지진 최대 피해 지역인 미야기·후쿠시마·이와테·이바라키현에 사는 자국민을 철수시킨다고 15일 밝혔다. 중국대사관은 전세버스를 지진피해 지역에 들여보내 자국민을 도쿄 나리타와 니가타공항으로 이동시킨 뒤 본국까지 철수시킬 계획이다.

중국인 유학생 킨 리(18)는 “상황이 혼돈에 빠져 들고 있다. 공항은 난민캠프처럼 변해가고 있다”면서 “방사능 공포 때문에 도쿄에서 홍콩으로 돌아왔다”고 15일 AFP통신에 전했다.

유럽 국가 중에선 프랑스가 가장 강력한 철수 권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도쿄 주재 프랑스 대사관은 “원전이 폭발할 경우 수 시간 내에 도쿄까지 방사선 수증기가 도달할 수 있다”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일 내에 도쿄 지역을 떠나라”고 권고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국적기 에어프랑스에 자국민의 귀국을 위한 임시 항공편을 요청했다. 독일 대사관도 “일본 체류 필요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특히 어린이와 함께 있는 가족들은 일본을 떠날 것을 고려하라”고 권했다.

AFP통신은 14일 도쿄주재 유럽연합(EU) 대표부의 스테판 후버 부대사의 말을 인용, “대사관 직원 3분의 1이 이미 떠났다”며 “보쉬, 다임러, BMW 등 독일 기업 지사장들도 부인과 아이들을 출국시켰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6년 동안 거주했던 일본을 떠나 홍콩으로 온 오스트레일리아·이탈리아 이중국적의 마리사는 “모든 일본 친구들이 일본에 있는데 우리가족이 떠나는 것에 대해 그들을 버려두는 듯한 느낌이 들어 고통스럽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체코는 6~10일 일본 순회공연이 예정됐던 체코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과 일부 일본 내 자국민을 철수시키기 위해 항공기 2대를 파견할 것이라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스위스 대사관은 웹사이트를 통해 일본의 지진 피해 지역과 도쿄 주변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다른 국가로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오스트리아 외무부도 도쿄에 있던 일본 주재 대사관을 남쪽의 오사카 영사관으로 옮기기로 했다.

반면 영국과 미국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미국 대사관은 철수 권고 대신, 중요한 이유가 없으면 여행을 연기할 것을 권고하는 수준이다.

일본 방사성물질 누출 사고 여파로 아시아와 유럽 항공사 상당수가 15일 항공기 수십편의 도쿄행 운항을 중단하거나 노선을 변경했다.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은 최소 이번 주말까지 기존 도쿄행 항공기를 남부에 있는 오사카와 나고야로 돌린다고 밝혔다. 대만의 에바항공도 3월 말까지 도쿄 및 삿포로행 항공편을 취소한다고 말했다.

지진 전 일본 정부는 1년에 3000만명 이상의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었다. 일 후생노동성에 의하면 2009년 현재 일본에는 60만명 이상의 외국국적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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