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피폭…” 검사소마다 긴 행렬 ‘방사능 노이로제’

2011.03.16 21:46 입력 2011.03.16 23:45 수정

“피폭 안됐다” 판정에도 “확실하냐” 재차 확인… 대피소도 요청 쇄도

휴대용 방사선 측정기 수요 급증 ‘품귀현상’… 요소제도 주문 폭주

<b>방사능 농도 측정</b> 방사선 방호복을 입은 일본 구호대원들이 16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로부터 약 50㎞ 떨어진 고리야마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방사선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고리야마 | AFP연합뉴스

방사능 농도 측정 방사선 방호복을 입은 일본 구호대원들이 16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로부터 약 50㎞ 떨어진 고리야마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방사선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고리야마 | AFP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시에 사는 사토 히로유키(39·교사)는 지난 15일 자진해서 피폭검사를 받았다. 지난 12일 후쿠시마 1원전에서 첫 폭발이 일어날 때만 해도 곧 복구될 것으로 믿었지만,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다”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정부의 애매한 설명은 그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그가 사는 곳은 원자력발전소에서 50㎞ 이상 떨어져 있지만 방사성물질 누출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없었다.

시내 검사소에서 “이상 없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바로 뒤에 서 있던 사람이 ‘피폭자’로 분류돼 조치받는 걸 보고는 더 이상 여기에 머물러선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사토는 16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버스 예약을 했다. 일단 니가타로 갔다가 도쿄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인들 사이에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각 검사소는 방사선 피폭 여부를 확인하려는 수검자들로 북새통이고 방사선 측정기, 방사성물질의 체내 축적을 막는 비방사성 요오드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핵 공포에 대한 노이로제가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현립 아이즈대학에는 지난 15일에만 피폭 검진을 받기 위해 2500여명이 몰려들었다. 당초 검사 대상은 후쿠시마 원전 주변지역의 주민으로 한정했지만, 후쿠시마시·아이즈와카마쓰시 등 발전소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부터 온 주민들에게도 검사를 해줬다. 일부 주민은 “피폭되지 않았다”는 판정에도 “확실히 괜찮으냐”며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혹시 피폭…” 검사소마다 긴 행렬 ‘방사능 노이로제’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현에서는 이날 피난소와 보건복지사무소 등 19개소에서 검사를 실시했다. 방사능 오염정도를 측정하는 ‘서베이미터’를 전신에 대고 진단한 뒤 피폭량이 많은 사람에게는 몸에 붙은 방사성물질을 씻는 제거작업을 벌였다.

방사선 피폭 피해를 막기 위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의약품인 ‘아이오딘화칼륨(요오드칼리)’. 텍사스 | AP연합뉴스

방사선 피폭 피해를 막기 위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의약품인 ‘아이오딘화칼륨(요오드칼리)’. 텍사스 | AP연합뉴스

후쿠시마현의 400여개 피난소 가운데 200곳 이상도 현 당국에 “검사를 실시해달라”고 요청했다. 불안이 확산되자 후쿠시마현은 정부에 검사기재와 의료진의 추가 파견을 요청했다. 의료시설 관계자는 “파견 요원과 기재를 받는 대로 검사 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휴대용 방사선 측정기, 방사성물질의 축적을 막는 비방사성 요오드의 수요도 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방사선 측정기 렌털업체인 렉스의 경우, 지난 14일부터 하루 50건 이상의 이용희망자가 몰리면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고 16일 전했다. 렌털업체 측은 대여할 기기가 없어 제조사에 기기를 추가로 주문해 놓았다. 지난 15일 가까스로 들여온 5대도 즉시 모두 나갔다. 이 업체는 “제조업체와 판매점에도 재고가 없는 데다, 상황이 나아질 것 같은 전망도 없어 현재는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현 고리야마 시내에서 지난 15일 휴대용 방사성물질 측정기가 측정한 방사선량이 2.90마이크로시버트를 나타내고 있다. 고리야마 | AP연합뉴스

후쿠시마현 고리야마 시내에서 지난 15일 휴대용 방사성물질 측정기가 측정한 방사선량이 2.90마이크로시버트를 나타내고 있다. 고리야마 | AP연합뉴스

휴대용 방사선 측정기도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측정기 제조판매사인 사토상사에는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난 12일 이후 주문과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13일까지 이틀 동안에만 700건 이상의 주문이 몰려 재고가 바닥났다. 측정기가 들어오기까지는 1~2개월 정도 걸려 현재는 주문접수를 받지 않고 있다. 휴대용 방사선 측정기는 물질이 방출하는 알파선과 베타선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로, 광물의 방사선 측정과 환경오염 조사, 인체 방사선 체크 등에 이용된다. 판매가격은 수만엔에서 10만엔으로 무게는 100g 정도다.

비방사성 요오드를 생산하는 제약회사 니치이코는 후쿠시마현 내의 주문이 쇄도하면서 지난 12일 하루에만 25만명분의 약품을 출하했다. 하지만 전국의 병원과 약국으로부터 발주가 쇄도하면서 약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약은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며, 일반 약국에서 직접 판매하지는 않는다. 비방사성 요오드 원료를 만드는 이세화학공업은 “갑자기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증산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일부 공장에서는 긴급시 꼭 필요한 지역에 보내기 위해 출하량,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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