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 전 히로시마 악몽 생생… 원전사고, 원폭과 다름없어”

2011.03.16 22:02 입력 2011.03.17 00:33 수정

리실근 재일조선인 피폭자연락협의회 회장

“16세 때 피폭 후유증 시달려… 핵위험성 깨닫는 계기 되길”

“TV를 보고 있으니까 66년 전 일이 떠올랐습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떨어졌을 때와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일조선인피폭자연락협의회 리실근 회장(81)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는 감회는 남다르다. 원폭의 피해를 입은 당사자로서, 핵 공포가 얼마나 두렵고 처참한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히로시마에 거주하는 리 회장은 16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히로시마의 원자폭탄은 열로 사람과 건물을 파괴했지만, 이번엔 바닷물이 발전소를 덮쳐 재앙을 초래했다”며 “물과 불이란 차이만 있지 핵이 인명을 앗아가는 것은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66년 전 히로시마 악몽 생생… 원전사고, 원폭과 다름없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리 회장은 16세였다. 야마구치현 우쓰히무라(현 시모노세키)에서 태어난 그는 고베에 가서 쌀을 팔고 오다가 피해를 입었다. “8월7일이었어요. 아버지, 친지 9명이서 함께 쌀을 팔고 돌아오는데, 열차가 히로시마역 앞에서 딱 멈추더라고요. 그 전날 폭탄이 떨어졌던 거예요.”

히로시마 시내로 들어왔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온통 폐허였다. “히로시마에 강이 7개 있었어요. 사람들이 죽어 강가에 널려 있었는데 그걸 보고나서야 ‘이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했죠.”

그는 폭탄 투하 당시 시내에는 없었지만, 방사선에 피폭돼 오랜 기간 후유증에 시달렸다. 부친은 피폭 탓에 3년 뒤 세상을 떴다.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당시 조선인 피해자는 약 10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5만명이 원폭에 의한 직접 피해, 피폭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2011년 현재 피폭자 가운데 생존자는 2650여명.

리 회장은 “원전의 편리한 점만 보지 말고 사고가 나면 원자폭탄과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고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십년간 원폭 피해자보상을 위해 투쟁해온 그로서는 일본인이 미울 때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지진과 그로 인한 원전 사고를 보면서 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는 천재지변 아닙니까. 누굴 탓할 일이 아니에요. 다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핵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