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마초 ‘최후의 55인’ 필사의 탈출

2011.03.16 21:44

원전서 3㎞ 병원 못 떠난 중환자·고령자

피폭 위험 속 자위대 도움 받아 간신히 대피

지난 15일 오전 7시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3㎞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오쿠마초의 후타바 병원.

방사선 방호복을 착용한 일본 육상 자위대원들이 나타났다. 자위대원들은 입원실을 돌며 환자들에게 신속하게 20㎞ 외곽으로 피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자위대원들의 손에는 방사선 계측기가 들려 있었다. 이들은 시시각각 방사선 계측기의 화살표를 주시했다. 방사선 농도를 가리키는 화살표가 움직이자 자위대원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사태를 직감한 병원 환자들은 속속 자위대가 준비한 차량에 탑승했다.

핵공포가 오쿠마초에 엄습하면서 후쿠시마 인근에 최후까지 남아 있던 마지막 55인의 필사적인 탈출이 시작된 것이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미 지난 12일 후쿠시마 1원전 1호기에서 수소 폭발이 발생한 이후 20㎞ 밖으로 주민 소개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거동이 불편한 중환자와 노인 복지시설에 수용된 고령자들은 오쿠마초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15일 오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상황이 악화됐다. 오전 6시20분쯤 1원전 2호기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났다. 원자로 격납용기가 파손돼 방사성물질이 누출되기 시작했다. 방사선 피폭의 우려가 현실화되자 자위대원들이 후타바 병원으로 급파된 것이다. 자위대원들의 지시에 따라 1차로 47명의 환자가 차량에 탑승했다.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환자들은 침착하고 질서정연하게 움직였다. 환자들은 구급차와 버스에 나눠 탑승했다. 이 과정에서 한때 방사선 계측기가 자위대의 방사선 노출 내부규칙(1일 1mSv)의 절반에 육박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자위대원은 곧바로 출발할 수 없었다. 자위대가 주민들을 대피시킨 후 돌아오는 도로에서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위대와 환자 47명은 차량에서 장시간 대기한 후 오전 11시30분을 넘어 현장을 떠났다.

자위대는 오후 2시쯤 다시 이 병원에 투입됐다. 아직 탈출하지 못한 10명이 남아 있었다. 자위대는 이 중 8명과 함께 후타바 병원을 출발했다. 나머지 2명의 환자는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후타바 병원에서 이날 탈출한 55명은 방사선 피폭 공포감이 극도화된 원전 1호기 반경 20㎞ 내에서 마지막으로 탈출한 사람들로 기록됐다.

‘최후의 탈출자 55명’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20㎞ 밖의 니혼마쓰시 남녀공생센터에 도착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즉각 방사선 검사와 간단한 건강 검진을 받았다. 55인은 다시 인근 병원으로 이동해 정밀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일본 경찰청은 소개령이 내려진 후쿠시마 원전 반경 20㎞ 지역 내에 입원환자와 노인시설 입소자 등 550여명이 있었으나 자위대와 경찰의 구출작전을 통해 모두 위험지역을 벗어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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