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탐구-(1)가족

문재인, 평생 고향 그리던 실향민 아버지…일찍 취업해 동생 보살핀 큰누나

2017.04.18 22:44 입력 2017.04.18 23:40 수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부인 김정숙씨, 아들·딸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  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부인 김정숙씨, 아들·딸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 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64)에게 아버지(문용형)는 슬픔과 회한이다.

‘불우한 시대를 만나서 빼앗긴 삶’을 떠올린다. 함경남도 흥남 출신의 아버지는 1950년 경남 거제로 피란 온 실향민이었다. 1953년생인 문 후보에게 전쟁의 기억은 없지만 평생 고향을 그리워했던 아버지 모습만은 뚜렷하게 남아 있다.

아버지는 고향에서 수재 소리를 들으며 명문학교인 함흥농고를 졸업하고 공무원이 됐다. 말수도 적고, 조용한 사람이었다. 호구지책으로 장사를 시작했지만 소질은 없었다. 7세 때 부산으로 이사한 무렵부턴 어머니 강한옥씨(90)가 연탄을 팔고, 시장에서 구제품을 팔며 생계를 꾸렸다.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초등학생이었던 문 후보가 성당에 가서 우유, 강냉이빵 등 구호품을 얻어왔다.

장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버지 손에는 장남에게 줄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문 후보가 누나교과서까지 외울 정도로 책을 좋아하게 된 것도 아버지 영향이 컸다. 공부도 곧잘 했던 아들을 아버지는 자랑스러워했다.

아버지에게 실향민의 삶은 전쟁의 상흔이나 마찬가지였다. 고향 사람을 만나면 말수가 없었던 아버지가 그 자리에서 노래 한 자락을 불렀다. 대담집 <대한민국을 묻는다>에서 문 후보를 인터뷰했던 작가 문형렬씨는 “아버지는 문 후보 인생의 원형 같은 존재”라며 “우리 사회는 아버지 세대의 희생으로 성장했다는 자부심이 강했고 그래서 아버지 세대를 많이 배려해야 한다는 게 문 후보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통일이 되면 흥남에서 변호사로 살다가 생을 마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문 후보가 군대 제대 후 가장 힘든 생활을 할 때였던 1978년 돌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대선후보 탐구-①가족]문재인, 평생 고향 그리던 실향민 아버지…일찍 취업해 동생 보살핀 큰누나

어렵고 힘든 시절, 누이들의 삶이 그랬듯 누나 재월씨(68)도 가족을 위해 많은 희생을 했다. 여상을 졸업하고 취직해 문 후보의 대학생활을 뒷바라지했다. 여동생은 재성(62)·재실(55)씨가 있다. 재실씨는 부산 영도에서 어머니와 살고 있다. 남동생 재익씨(56)는 원양어선 선장이다. 문 후보가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재익씨가 회사의 배려로 지상 근무지로 발령 난 적이 있다. 문 후보는 재익씨에게 전화를 해 “회사가 알아서 했다고 해도 그 회사에 도움 줄 일 없으니 다시 배를 타라”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1972년 경희대 입학 후 유신반대 투쟁으로 구속된 문 후보는 경찰서 유치장에서 사법시험 합격 소식을 들었다. 아내 김정숙씨(63)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문 후보의 ‘유일한 비선’으로 불리는 우군이다. 문 후보는 “아내는 연애 8년 동안 구치소, 고시 준비, 군대 면회를 하며 뒷바라지했다”며 “평생의 동반자인 아내와 결혼한 것은 축복”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무뚝뚝한 남편이지만 속정이 깊다. 무릎이 좋지 않은 아내의 산책길을 찾기 위해 북한산 코스를 사전 답사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추석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호남을 찾아 문 후보의 ‘호남 특보’ 역할을 하고 있다.

문 후보와 김씨는 1남1녀를 두고 있다. 장남인 준용씨(35)는 건국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그러나 문 후보는 아들의 특혜 취업 논란에 휩싸여 있다. 준용씨가 2006년 한국고용정보원 입사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때문이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짧은 채용기간, 귀걸이와 점퍼 차림으로 찍은 응시원서 사진 등을 들며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당은 준용씨와 함께 고용된 또 다른 합격자의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주장하고 있다.

딸 다혜씨(33)는 초등학생 아들을 둔 주부다. 다혜씨는 2012년 대선 때 문 후보의 출마선언식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가족이 없는데, (우리만 가족이 올라가면) 비겁하다’는 이유였다. 문 후보는 다혜씨가 시험 공부할 때 밤새 곁을 지켰던 ‘딸 바보’ 아빠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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