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엔 희망… 오후엔 낙담… 저녁엔 절망 ‘오세훈의 하루’

2011.08.24 23:12

24일 새벽 서울 혜화동 서울시장 공관. 밤새 투표율 때문에 잠을 설쳤지만 ‘결전의 날’을 맞이한 오세훈 서울시장(50)에게 여전히 맨 먼저 떠오른 화두는 투표율이었다.

오 시장은 ‘주사위가 던져진 만큼 다부지게 마음을 가다듬자’며 부인 송현옥씨(50)와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복장은 평소 즐겨 입는 연한 하늘색 와이셔츠에 넥타이는 매지 않았다. 오 시장은 곧바로 투표소가 마련된 혜화동 자치회관을 찾았다. 기자들이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그는 투표를 마친 뒤 “투표율 33.3%에서 단 1%라도 부족하게 되면 개함을 못하게 되고, 바람직한 대한민국의 미래와 복지의 향방을 판단해볼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중간 지대에 계신 분들이 바로 오늘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투표의 개함 여부를 결정해주시리라고 믿는다”면서 투표를 호소했다.

오 시장은 이어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방명록에 ‘나라의 미래 위대한 시대정신’이란 글귀를 남겼다. 시청 집무실로 출근해 밀린 업무를 챙겼지만 매 시간마다 보고되는 투표율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31.4%의 투표율을 기록했던 지난 4·27 중구청장 재선거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오전 9시에는 0.5%나 많은 6.6%의 투표율까지 기록했다. 오전 11시, 투표율이 재선거 때보다 약간 떨어지자 초조함을 감출 수 없었다. 13층에 마련된 투·개표 상황실을 찾았다. “애간장이 탄다”며 속마음을 내비쳤다.

오후 들어서는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낮은 투표율 때문에 직장인들이 퇴근 후 투표에 적극 나설 것이란 기대까지 사그라졌다. 33.3%를 달성할 확률이 희박해졌다. 주민투표 종료 후 기자회견을 대변인 성명서 한 장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오 시장은 그러나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이 “언론사들이 시장이 직접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고하자 오 시장은 “당연히 입장을 밝히겠다. 몇 시에 하면 되냐”고 입장을 정리했다. 그는 오후 8시30분 기자들 앞에 섰다.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지만 오 시장은 미리 준비한 원고를 담담하게 읽어 내려갔다. 당초 기자회견 직후 일문일답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회견문을 읽은 뒤 긴장한 듯 “질문 있습니까. 없으면 그만…”이라며 자리를 떴다.

오 시장은 다시 투표율에 대한 고민으로 하루를 시작했던 혜화동 공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러나 머릿속은 당장 풀어야 할 현안들이 가득했다.

‘사퇴 시점은, 청와대나 한나라당과는 어떻게 협의할까, 복지 논쟁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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