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우왕좌왕·오세훈 ‘독단’… 여당 자멸

2011.08.24 22:14
조현철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실시가 공포된 후 한나라당은 한 달 내내 갈팡질팡했다. 분열된 지도부는 티격태격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한발 뒤에서 끌려다니면서 제대로 된 전략 하나 내놓지 못했다.

지도부는 회의 석상에 무상급식이 나올 때마다 충돌했다. 유승민 최고위원(53)은 “지면 지는 대로 이기면 이기는 대로 당은 곤란한 위치에 처해진다. 복지에 반대한다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며 주민투표에 반대했다. 나경원 최고위원(48)은 “오 시장이 (백제) 계백 장군처럼 혼자 싸우다 죽게 해서는 안 된다”며 주민투표를 당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최고위원(46)은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의 정치적 해결을 누차 강조했다. 이 사이에 황우여 원내대표(64)는 뜬금없이 무상보육 정책을 내놓았다. 무상급식은 반대하면서 무상보육은 추진하는,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에 의원들마저 고개를 저었다. 지도부가 선단식으로 움직이기는커녕 ‘개인 플레이’만 하면서 한 달을 보낸 것이다.

한나라당은 결국 주민투표를 지원하기로 하고 투표율과 내년 공천을 연계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서울지역 의원들에 대한 강한 압박이었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했다. 주민투표법이 현역의원의 개입을 막아놓았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서울 지역구 의원들에게 조직을 가동해줄 것을 직간접적으로 요청했다. 의원들은 자금 부담 등을 이유로 소극적이었다. 일부 의원은 “복지가 쟁점인 상황에서 대놓고 무상급식 반대운동을 하기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오 시장의 독단적 행보도 한나라당 혼선을 부추겼다. 오 시장이 지난 21일 투표율에 시장직을 내건 직후 한나라당에서는 오 시장 제명론까지 나왔다. 하지만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에 바로 다음날 전폭적인 지원으로 돌아섰다. 이처럼 당이 냉·온탕을 오가자 당 내부에서 오 시장의 협박정치에 끌려다녔다는 탄식이 나왔다.

한 달을 허송한 탓에 ‘나쁜 투표 반대’라는 선명한 메시지로 투표 거부운동을 해온 야권에 대응조차 못하고 패배를 맛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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