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정장악력·홍준표 리더십 타격… 여권 새 불씨

2011.08.24 22:14 입력 2011.08.24 23:44 수정

정국이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50)이 밀어붙인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가 24일 투표율 미달로 무산된 후폭풍이다. 여권 내에선 선거 패배로 인한 국정 주도력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야당은 “보편적 복지가 선별적 복지를 눌렀다”면서 대여 압박 수위를 높였다. 주민투표가 단순한 정책 논전을 넘어 향후 여야의 정국 주도권 다툼에 영향을 미칠 대형 의제로 부각된 것이다.

여권은 패닉에 빠졌다. 청와대부터 타격이 적잖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부재자 투표를 했고, “선심성 복지로 국가부도 위기에 이른 남유럽 국가들의 사례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22일 라디오 연설)며 측면지원했음에도 주민투표에 힘을 주지 못했다.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증거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민투표는 무상급식 확대에 대한 의사를 묻는 정책투표”라며 “투표 결과를 향후 정국운영과 연결지어 확대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가 나온 24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가 나온 24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홍준표 대표(57) 체제도 지도력에 손상을 입었다. 오 시장의 독단을 ‘제지하지도, 독려하지도’ 않은 채 어정쩡하게 대처하다가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야당의 불참 운동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이 25%를 넘긴 데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보수층이 결집됐다” “체면치레는 한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홍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25% 투표율만 넘으면 성공적이라고 본다. 내년 총선에서 25석은 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 패배의 후폭풍을 차단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내 분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주민투표는 서울시민의 일”이라며 거리를 뒀던 박근혜 전 대표(59)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동안 당내에서 ‘홍준표 책임론’ ‘박근혜 책임론’ 등이 불거질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은 선거 승리로 정국의 주도권을 당겨올 수 있게 됐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복지 이슈를 선점했다는 의미도 있다. 투표 불참 운동을 주도해 성공하면서, 야권의 ‘맏형’이라는 위치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시작된 상승세를 이어간 점도 수확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64)는 “복지사회로 가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투표하지 않은 75%가 한나라당을 심판한 것”이라고 정권심판론을 부각시켰다.

주민투표 결과는 여야의 내년 총선·대선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민심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앞으로 ‘복지경쟁’이 가열될 공산이 크다. 올해 10월이 될지, 내년 4월이 될지 시점선택만 남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복지공약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에서도 ‘복지정책 재정립’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 재선 의원은 “다음달 1~2일 의원 연찬회 때는 무상급식 등 복지정책에 대한 당 입장을 다시 정해야 할 것”이라며 “보편적 복지가 가능한 분야와 선택적 복지로 가야 할 분야 등을 이야기해봐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론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당은 이미 밑그림을 그려놓은 ‘3+3 보편적 복지정책’(무상 급식·보육·의료, 반값 등록금·주거복지·일자리 복지)의 시행방안 및 재원 규모, 조달계획 등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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