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조국 후보자 결심 확고”…간담회 3시간 전 기자들에 통보

2019.09.02 17:35 입력 2019.09.02 22:51 수정

기자들 연기 요청에 “법적 기한” 강조하며 일방 진행

선례 없는 무제한 형식에 ‘임명’ 위한 명분 비판 봇물

김부겸 의원 “후보자가 왜 국회에 오나” 반대 의견도

“(조국) 후보자의 결심이 확고하시다. 오늘 꼭 해명을 하겠다고 하신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하겠다고 나서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분주해졌다. 기자간담회 시간부터 장소까지 하나하나 챙기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낮 12시 넘어 일방적으로 통보된 ‘3시 간담회’에 기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우리가 여야 국회의원도 아니고 이렇게 갑자기 통보하면 어떡하냐” “물리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민주당 측으로부터 돌아온 답은 “법적 기한은 오늘까지다”라는 말뿐이었다. 여당이 조 후보자보다 정권의 ‘임명 강행’ 명분을 주기 위해 선례도 없는 무리한 형식의 간담회를 주최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낮 12시 국회 브리핑에서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자청 이유에 대해 “조 후보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시간끌기’를 하기보다는 한 번 정도는 국민에게 소상하게 해명할 건 해명하고 (국민들) 마음에 상처를 입힌 건 사과를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야당이 언제든 청문회를 하겠다고 하면 할 수 있다”고 했다. 여야가 대치해 최종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정치적으로 협의하면 가능하긴 하다”고 했다. 이미 조 후보자는 ‘국회가 해결하지 못하는 청문회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간담회에 나선 것이지만, 여당은 간담회를 주선해주면서도 ‘청문회는 아직 열 수 있다’고 스스로 배치된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는 고스란히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짐으로 안겨졌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1시20분쯤에야 기자들과 함께 간담회에 대한 실무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간담회 예정 2시간 전이었다. 기자들은 “내일 하면 어떠냐”고 역제안도 했다. 일부에선 “후보자가 통보하듯이 간담회를 준비하라고 하면 해야 하는 거냐”는 성토도 나왔다.

협의를 진행했던 당 관계자는 “유감스럽지만 조 후보자가 (오늘 할 것을) 결심을 한 것 같다”며 기자들이 이해해주길 바란다는 식으로 말했다. 간담회 연기 제안에 대해선 “조 후보자가 법정 시한 안에 (말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한다”고 같은 답변만 반복했다.

일부 의원까지도 ‘조 후보자의 국회 간담회’에 대해 “적절치 않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개의에 앞서 사회자인 임종성 의원이 “바로 이곳에서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생중계하겠다.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공지하자, “왜 기자회견을 여기서 하느냐”며 “잘못하면 여러 가지…, 어떻게 후보자가 국회에 와서 하나”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김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여러 다른 장소에서 할 수 있지 않나”라며 “행정부에 있는 사람이니까 국회에서 하는 건 좀 모양이 안 맞지 않으냐”고 말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청문회의 장을 만들어야 할 국회가 청문회를 만드는 데 노력하기는커녕 검증의 대상자인 후보자에게 휘둘리면서 개인 회견을 위해 안방(국회)을 내준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 수석대변인은 “국민청문회가 아니라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하는 것”이라며 “당은 주최를 해주는 것일 뿐, 당 개입은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 수석대변인은 이날 조 후보자 간담회의 사회자로 섰다. 그는 기자들이 도덕성 의혹 중심으로 질문하자 “도덕성 질문도 하셔야 하지만 정책 질문도 해달라”고 기자들에게 요청했다.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 자질 검증과 의혹 규명을 위한 중요한 자리다. 그러나 조 후보자 청문회는 여야의 무능과 청와대의 책임 방기로 문턱도 밟지 못한 채 ‘간담회’라는 전례 없는 형식으로 치러지면서 기자들만 고스란히 짐을 떠안은 채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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