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부품·섬유 가격인하 효과… 제약·금융업 타격

2011.11.22 21:38 입력 2011.11.22 22:55 수정

국내 산업별 희비 엇갈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한국의 FTA 체결 국가는 46개국으로 늘어난다. 유럽연합(EU) 27개국에다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4개국, 아세안 10개국, 싱가포르, 칠레, 인도, 페루가 포함돼 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EU와 23%를 차지하는 미국을 합치면 세계 경제권의 60%와 자유무역을 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의 GDP는 향후 10년간 최대 5.66% 늘어날 것”이라며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35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산업별로는 희비가 엇갈린다.

22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부두에 선적을 앞둔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자동차 제조업은 이날 비준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수혜업종으로 간주되고 있다. | 연합뉴스

22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부두에 선적을 앞둔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자동차 제조업은 이날 비준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수혜업종으로 간주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미 FTA의 최대 수혜종목은 자동차다. 정부는 자동차 분야에서 대미 수출이 향후 15년간 연평균 7억2200만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차 수입을 감안해도 6억2500만달러의 무역수지 개선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서 수출하는 완성차는 FTA가 발효되더라도 미국 측 관세(2.5%)가 4년 후에 없어지기 때문에 당장 관세 철폐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관세 철폐효과는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중 현대·기아자동차에 국한된다. 미국에 차를 수출하는 곳은 현대·기아차뿐이기 때문이다.

대신 자동차부품은 2.5~4%인 미국 측 관세가 즉시 철폐돼 가격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미국 빅3 업체인 GM이나 포드, 크라이슬러는 “FTA가 발효되면 한국산 차부품 수입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부품관세 철폐효과도 누릴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미국에서 판매한 100만여대의 차량 중 절반가량을 앨라배마와 조지아에 있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했다. 이들 공장은 부품의 70%가량을 한국에서 수입해 사용한다.

미국산 차는 당장 한국 측 관세가 8%에서 4%로 줄기 때문에 바로 혜택을 본다. 하지만 미국산 차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유럽차에 밀리고 있기 때문에 FTA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도요타·혼다가 한·미 FTA 효과를 노리고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차종을 한국에 들여와 팔기 시작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섬유산업도 한·미 FTA 발효 즉시 1300여개 제품의 관세가 대부분 없어지기 때문에 수혜종목으로 꼽힌다.

섬유산업연합회는 “그동안 최대 32%를 물어온 관세가 없어지면 일본, 캐나다, 대만, 중국, 멕시코산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개선돼 대미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며 “연간 1억8000만달러 규모의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항공업계도 한·미 FTA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기대감을 갖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전체 매출액 중 미주지역 매출이 40%를 차지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물동량 증가는 회사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b>다시 촛불</b>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강행처리한 22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시민들이 ‘한·미 FTA 국회 통과 무효’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다시 촛불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강행처리한 22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시민들이 ‘한·미 FTA 국회 통과 무효’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그러나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나 정보통신, 가전제품은 FTA 효과를 거의 기대할 게 없다.

삼성·LG전자는 미국·멕시코 현지 공장에서 미국 수출물량을 자체 조달하기 때문에 관세 철폐효과는 없다. 반도체와 휴대전화는 이미 무관세로 수출된다. 철강도 2004년 이후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는 데다 수출물량도 거의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음식료와 제약, 금융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음식료는 미국산 맥주, 와인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FTA 발효 후 맥주 수입 관세 30%가 7년에 걸쳐 철폐되면 가격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에 국내 업계는 당장 영향권에 들어간다.

제약업은 FTA 발효로 지식재산권이 강화되면서 복제약 위주로 판매하는 국내 제약사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정부도 FTA 발효로 국내 복제약 생산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686억~1197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업도 한국에서 은행, 보험사, 자산운용업체 등 금융사의 소유·설립이 자유화되고 미국의 금융 서비스업 진출길이 열리기 때문에 미국 업체들이 몰려올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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