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의총 연다며 집결, 질서유지권 발동, 4분 만에 ‘통과’

2011.11.22 21:56 입력 2011.11.22 23:11 수정

‘11·22의 기습’이었다. 예산 의총을 가장해 오후 2시 의원들을 모은 한나라당은 1시간여 의총 직후 본회의장으로 향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켰다. 본회의 개의선언을 한 지 4분 만에 박희태 국회의장(73)으로부터 사회권을 넘겨받은 정의화 국회부의장(63)은 ‘꽝꽝꽝’ 통과를 선포했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44)이 최루탄을 터뜨리고 야당 의원들이 격렬히 항의했지만 허를 찔린 날치기와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 14:00 예결위 회의장 의총 소집→본회의장 이동

한나라당은 22일 오후 2시 의총을 소집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계수조정 소위가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 만큼 예산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장이라고 미리 알렸다. 홍준표 대표(57)는 기자들에게 공개된 의총 모두 발언에서 “민생 예산을 논의하는데 지난번처럼 끝장토론을 할 테니 중간에 가지 말고, 저녁 약속 파기하라”고 말했다.

한나라 의총 연다며 집결, 질서유지권 발동, 4분 만에 ‘통과’

의원 4~5명이 예산과 관련한 발언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황우여 원내대표(64)가 나섰다. 그는 “아침에 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났지만 민주당의 진정성이 의심된다.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본회의장으로 가서 표결처리를 하자”고 제안했다. 당초 246호로 알려졌던 의총장도 의총 개회 10분 전에 본회의장 맞은편인 예결위 회의장으로 옮겨놓은 터였다.

오후 3시쯤 예결위회의장에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전날 의총에 참석하지 않겠다던 박근혜 전 대표(59)도 동행했다. 박 전 대표에게도 미리 지도부의 결정 사항이 전해졌다.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이동하는 시간에 박 전 대표도 합류했다. 민주당과의 협상을 주장해온 쇄신파 의원들도 예산 논의를 위해 의총에 참석했다가 본회의장으로 함께 들어갔다. 상임위에 참석하고 있던 일부 의원들도 긴급히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 15:05 국회의장 질서유지권 발동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이동한 오후 3시5분 박희태 의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지방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박 의장은 구두로 정의화 국회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겼다. 박 의장은 심사 기일을 오후 4시까지로 지정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눈치를 채지 못한 민주당 등 야권은 허를 찔렸다.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강창일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 중이던 민주당 손학규 대표(64)는 오후 3시10분쯤 보좌진으로부터 메모로 상황을 보고받고 본회의장으로 긴급 이동했다. 손 대표는 기자들에게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이렇게 강행처리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속속 본회의장으로 들어서는 가운데 국회 본청에는 출입제한 조치가 내려졌고 경찰들의 삼엄한 경비가 이뤄졌다. 회의는 한나라당 요구대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비공개 회의는 국회방송 등을 통해 회의 장면이 공개되지 않는다. 김유정 원내대변인(42)은 본회의장 앞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천인공노할 일이다. 날치기도 이런 비열한 날치기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곧바로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해 회의를 실시해야 한다며 전원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 16:00 최루탄 터진 본회의장

뒤늦게 본회의장으로 들어온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의장석에는 정의화 부의장이 경위들의 경호를 받고 착석한 상태였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정 부의장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회의 상황이 생중계되지 않자 민주당 의원들은 스마트폰으로 본회의장 상황을 촬영해 당 웹하드에 영상을 올려 본회의장 상황을 알렸다. 민주당 의원들이 ‘경제주권·사법주권 포기하는 MB정부’라고 적힌 연두색 현수막을 펼쳐 들려 했으나 경위들이 이를 저지하면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개의 예정시간인 오후 4시쯤 본회의장에 ‘펑’ 소리와 함께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민노당 김선동 의원이 발언대 부근에 최루탄을 터뜨린 것이다.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의원이 어떻게 최루탄을 구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참석자들은 가방을 들고 단상 주변을 서성이다가 허리를 굽히고 최루탄 뇌관을 뽑았다고 전했다.

■ 16:24 본회의 개의 → 4분 만에 비준동의안 통과

본회의장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오후 4시15분쯤 한나라당 의원들은 다시 본회의장 안으로 들어왔다. 정 부의장도 착석해 4시24분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다. 곧바로 비준안 직권 상정이 이뤄졌고 제안설명 없이 표결이 진행됐다. 4분 뒤인 4시28분, 비준동의안은 재석 170명 중 151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어 14개 한·미 FTA 이행법안도 30여분 만에 모두 가결됐다. 야당 의원들은 의장석 앞에서 본회의를 진행하는 정 부의장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삿대질을 하는 등 강력 항의했다.

당초 한나라당은 박보영·김용덕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도 함께 처리하려고 했지만 동의안 처리에 반발하는 야당 의원들의 항의에 오후 5시쯤 산회를 선포했다. 정 부의장은 “대화와 타협이 안됐다. 의회 발전에 발목 잡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