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찔린 야당 “무효 투쟁” 선언… 정국 급랭

2011.11.22 21:55 입력 2011.11.23 00:18 수정
장은교 기자

민주 의총서 “지도부 총사퇴”… 예산심사 중단

허를 찔린 야당은 격하게 반발했다. 예산안 심사를 비롯해 국회 일정은 ‘올스톱’됐고, 정국은 급랭했다.

민주당은 ‘설마’ 하는 의심조차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직권상정을 위해 본회의장으로 집결할 때 민주당 손학규 대표(64)와 김진표 원내대표(64) 등 지도부와 의원들 상당수는 김성곤 의원(59)과 강창일 의원(59)의 출판기념회에 참석 중이었다.

손 대표는 오후 3시10분쯤 강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메모를 전해받고서야 날치기 기습시도를 알게 됐다. 언론에 한나라당 움직임이 보도된 후였다. 김 원내대표도 오후 3시20분쯤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b>심각한 민주</b> 민주당 의원들이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날치기된 뒤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 앞에서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심각한 민주 민주당 의원들이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날치기된 뒤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 앞에서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민주당은 본회의가 끝난 직후 민주노동당과 함께 긴급의총을 열고 “국회와 국민을 모두 기만했다”며 ‘무효투쟁’을 선언했다. 여야 간 최소한의 신의도 저버린 날치기라는 것이다. 의총 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분노와 허탈감, 자책감이 섞였다. 손 대표는 “몰염치의 극치”라며 “국민들께 사죄드리고 정권교체를 통해서 한·미 FTA 무효를 선언하겠다”고 말했다. 정동영 최고위원(58)은 “이명박, 김종훈, 박희태, 정의화, 홍준표는 신묘 5적”이라며 “헌법을 침해한 FTA에 위헌 심판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당 권영길 원내대표는 “의회 쿠데타다. 무엇이 두려워 도둑고양이처럼 숨어 들어와 날치기를 하느냐”고 말했다.

오후 9시부터 심야까지 계속된 민주당 비공개 의총에서는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 총사퇴 요구가 나왔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의원직 총사퇴 후 장외투쟁을 하자”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오전 11시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64)를 만났고, 오후 2시쯤 박희태 국회의장(73)과 통화도 했으나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했다. 손 대표에게도 정확한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의총 장소를 평소 하던 곳이 아닌 본회의장 바로 앞 예결위장으로 옮겼으나, 민주당에서는 이런 움직임도 주시하지 못한 것이다. 국회의 모든 일정은 정지됐고 상당 기간 파행이 예상된다. 당장 2012년 예산안 심사가 정지됐고 모든 상임위 일정에도 야당은 불참할 계획이다. 여야 간 열려 있던 대화채널도 모두 닫히게 됐고 정국이 급속도로 냉각됐다. 민주당에서는 긴급현안인 야권통합 논의를 위해 23일 중앙위를 연기하자는 제안도 나왔지만 예정대로 열기로 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60)은 “법적인 대응을 포함해 모든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42)는 “국민께 죄송하다. 이제 해야 할 일을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도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는 국민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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